전기, 압축공기로 바꿔 저장했다가 꺼내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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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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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자원硏, 강원 철광산에 시험시설 3월말 완공

《최근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할 만큼 전력수요가 급증했지만 풍력이나 태양열 발전으로 생산되는 전기 일부는 여전히 버려지고 있다. 햇살과 바람이 강해 높은 전압의 전기가 생산되면 전력망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전기에너지를 미리 소진하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연구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전기를 압축공기로 바꿔 지하에 저장했다가 꺼내 쓰는 ‘지하 압축공기 저장장치(CAES)’의 실증 시험이 강원 정선군의 철광산에서 진행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정선 지역의 철광산과 계약을 체결하고 CAES 시험시설 공사에 착수했다. CAES 상용화에 필요한 기간은 넉넉잡아 5년. 송원경 지자연 지하공간환경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이전부터 연구가 돼왔고 국내 토목공학기술 수준이 높아 금방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전압 대신 ‘공기압 배터리’ 설치

CAES는 전력을 저장하는 대용량 ‘배터리’다. 일반 배터리가 전기를 화학물질로 바꿔 저장한다면 CAES는 전기를 압축공기로 바꾸는 식이다. 그래서 일반 배터리는 충전된 전력을 내보내면 전압이 줄어들지만 CAES는 내부 압력이 낮아진다.

풍력이나 태양열 발전에 CAES가 필요한 이유는 생산하는 전력을 일관되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풍력과 태양열은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지만 바람이 불지 않거나 해가 지면 전력을 생산하지 못한다. 또한 강풍이 불거나 강한 햇볕이 내리쬐면 발전소의 전압이 높아져 주변 시설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풍력이나 태양열 발전소에서 CAES를 사용하면 전력을 일정한 전압으로 꾸준하게 생산할 수 있다. 먼저 풍력과 태양열로 1차 생산된 전기는 모두 공기를 압축해 지하의 저장고에 넣는 데 사용한다. 생산 전압이 높아지면 압축기를 여러 대 사용해 저장량을 늘린다. 수요처에 전력을 공급할 때는 저장고에서 일정하게 공기를 꺼내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만든다. 바람이 멎거나 해가 졌을 때도 저장고의 압축공기로 전기를 생산하면 된다.

CAES는 독일과 미국에서 20여 년 전부터 사용됐지만 비상 발전기 수준이었다. 전기로 공기를 압축한 뒤 다시 발전기를 돌리면 전체 에너지의 55% 정도가 열로 사라지기 때문에 충전과 방전을 지속하기엔 효율이 너무 낮았다. 하지만 최근 ‘제열기’를 사용하며 공기가 압축될 때 발생하는 열을 압축공기를 부풀리는 데 재활용해 효율을 70%까지 올렸다.

현재 지자연 연구진이 건설하고 있는 시험시설은 1MW의 전력을 저장했다 내보낼 수 있는 규모로 내부 압력은 50bar(일반 대기압의 약 50배)를 유지할 수 있다. 내부 용량은 각각 200m³와 400m³로 도토리 모양인 ‘사일로’형과 원통 모양인 ‘터널’형이 있다. 사일로형은 부피는 작아도 압력에 견디기 쉬워 고압의 CAES에 적합한 반면에 터널형은 대용량 CAES를 만들기 좋다.

올해 3월 말 시험시설이 완공되면 연구진은 내부 압력을 달리해 가며 시설 곳곳에 작용하는 힘의 크기를 측정할 계획이다. 형태와 재질에 따라 가장 최적화된 수치를 구하기 위해서다. 공기가 새어나갈 염려가 높거나 압력에 약한 이음매는 콘크리트의 두께를 조절하거나 철근 같은 재료를 넣어야 하는데 이때 정확한 양을 알아야 안전한 CAES를 만들 수 있다.

연구진은 이르면 올해 7월 시험을 완료한 후 용량을 점차 늘려 최종적으로는 300MW의 출력으로 전기를 꾸준히 내보낼 수 있는 CAES를 개발할 계획이다. 300MW는 상용화를 위한 최소 규모로 3만여 가구가 사용하는 전기량에 해당한다. 류동우 지하공간환경연구실 선임연구원은 “개발 중인 CAES는 땅속에 콘크리트로 된 CAES를 설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막이나 해저의 지하공간에도 건설이 가능하다”며 “국내뿐 아니라 사막이나 섬으로 이뤄진 국가에 기술을 수출할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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