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여자는 우울, 남자는 스트레스…술 마시는 이유도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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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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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의존증 원인과 증상에서 다양한 차이 보이는 남과 여,
특징에 맞춰 적합하고 전문적인 방법으로 치료해야

남성은 화가 나면 술을 마시거나 과묵해진다. 이와 달리 여성은 쇼핑을 하거나 초콜릿 같은 단 음식을 먹는다. 남성은 여성에 대해 ‘운전을 잘 하지 못한다’ ‘수다를 떠는 것을 좋아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은 남성에 대해 ‘인간관계에 있어 민감하지 못하다’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남성과 여성은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다. 미국 심리학박사 존 그레이는 “남성은 화성에서, 여성은 금성에서 왔기 때문에 이들이 대화를 할 땐 통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성과 여성은 ‘술’ 앞에선 어떨까? 알코올중독치료전문 진병원·W진병원의 양재진 원장에게 술과 관련한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들어봤다.

○남성의 우울증은 여성보다 느리다

중년 사업가 김모 씨는 업무를 마치고 직장 동료나 후배, 친구들과 자주 술자리를 가졌다. 김 씨는 “처음엔 사람들과 친분을 쌓으며 스트레스를 풀 요량이었지만, 매일 같이 술을 마시다보니 이젠 술을 마시지 않은 날은 우울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남편과 아이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있던 전업주부 박모 씨. 결국 우울증에 걸린 박 씨는 외로움을 달래려고 혼자 있을 때마다 술을 마셨다. 처음엔 적은 양만 마셨지만 이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다.

양 원장은 “남성들은 과한 음주로 우울증이나 불안증 등 정신적인 문제가 나타나는 반면 여성은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 같은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알코올의존증의 동반증상을 살펴보면 여성은 우울증이 더 심해지고 남성은 술에 대한 의존도가 더 강해진다”고 말했다.

술을 마시는 양에도 남녀간 차이가 있다. 남성은 우울할 때 술을 마셔도 평소 음주량과 큰 차이가 없다. 여성의 경우 알코올섭취량은 기분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우울할수록 그 양이 증가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빨리 취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단기간 내 알코올의존증에 빠질 위험이 훨씬 높다. 적은 양의 술을 마시고도 더 빨리 취하기 때문. 여성은 남성보다 지방이 많고 수분이 적다. 수분은 체내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이유로 여성은 같은 양의 술을 마신 남성보다 체내 알코올 농도가 높게 나타난다.

위 점막에 있는 알코올분해효소(AHD)가 남성에 비해 부족한 것도 원인이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남성보다 떨어져 상대적으로 알코올의 흡수 비율이 높다. 여성이 남성보다 알코올 의존이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늦은 나이에 음주를 시작하기 때문에 남성보다 알코올의존증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다. 양 원장은 “여성은 알코올의존증 증상이 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를 시작하는 시기도 늦는 편”이라면서 “남성은 치료에 있어 배우자나 가족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 편이지만 여성은 주변의 무관심으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누구라도 합병증은 피할 수 없다


양 원장은 “남성과 여성이 알코올의존증의 원인과 증상에서 차이를 보이므로 남녀의 특징에 맞게 적합한 방법을 찾아 알코올의존증을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 개원한 알코올중독전문치료 진병원은 △신체적 회복 △적응 △병식형성·심화 △행동 변화 △사회적응 등 총 5단계로 나뉜 단계적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양 원장은 “단계적 치료는 환자의 상태, 치료에 대한 준비에 따라 체계적으로 접근해 환자에게 단주의 동기를 부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환자 중심적이고 가족적인 환경을 조성해 치료 후에도 단주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진병원의 자매병원인 W진병원은 여성알코올의존증 환자만을 전문적으로 치료한다. 이 병원은 입원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고 예민한 여성들의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목적으로 올해 6월 문을 열었다. 양 원장은 “여성 알코올의존증 환자들은 남성에 비해 무력감, 수치심, 죄책감, 자기비하 등을 심하게 느낀다”면서 “여성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독립된 치료 공간에서 개별적인 치료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진병원이 약물치료, 집단치료와 함께 명상요법, 치료 레크리에이션, 사회기술훈련 등 여성만을 위한 전문치료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양 원장은 “남녀 모두 알코올의존증이 만성적 증상으로 발전하면 사고력장애 등 정신질환과 지방간, 간경화, 고혈압 등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면서 “자신의 음주습관을 확인하고 초기 증상이 나타날 때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 본 지면의 기사는 의료전문 김선욱 변호사의 감수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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