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조원 생물다양성 시장 놓고 193개국 극한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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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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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나고야서 제10차 생물다양성 총회… 올해도 협약 불투명

《17일 일본 나고야 시내에는 북극곰과 바다코끼리 복장을 한 사람들이 “멸종위기 동물을 살리자”며 가두 행진을 벌였다. 18일 나고야 국제회의장에서는 ‘제10차 생물다양성 당사국 총회(COP10)’가 홍보대사인 일본 여가수의 화려한 공연과 함께 개막했다. 회의장 남쪽 시로토리 공원에서는 “생물 종을 지켜야 한다”고 어린이들이 입을 모았다. 전체가 축제 분위기인 나고야에서 국제회의장 4층의 한 회의실만이 무거운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이곳은 ‘생물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 공유(ABS)’ 의정서 협의가 진행되는 장소다. ‘생물다양성 협약’에 참여한 193개 나라의 대표와 이들 중 선출된 협상단 25명은 의정서의 ‘단어’ 하나하나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 단어에 따라 의약품이나 화장품 시장에 포함된 700조 원이 넘는 막대한 금액이 나뉘기 때문이다.》

○ 생물자원보유국-기술보유국 대립

생물다양성 협약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진다. ‘생물다양성 보존’ ‘지속가능한 이용’ ‘접근과 이익 공유’다. 앞의 두 부분은 환경보호라는 가치 아래 모든 나라가 쉽게 동의한 상태다. 하지만 마지막 ABS 부분에서는 생물자원보유국과 기술보유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제10차 생물다양성 당사국 총회’가 18일 일본 나고야에서 개막했다. 생물자원을 활용해서 발생하는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 기준이 되는 국제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는 생물자원 보유국과 기술보유국의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하며 ‘생물외교’를 펼친다는 전략이다. 나고야=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제10차 생물다양성 당사국 총회’가 18일 일본 나고야에서 개막했다. 생물자원을 활용해서 발생하는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 기준이 되는 국제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는 생물자원 보유국과 기술보유국의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하며 ‘생물외교’를 펼친다는 전략이다. 나고야=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양측은 일단 ‘생물유전자원에 공짜는 없으며 상품을 개발해 이익이 나면 보유국과 이익을 공유한다’는 원칙은 세웠다. 예를 들어 해외 생물자원을 이용해 신약이나 화장품 등을 개발했을 때 개발특허는 기술보유국이 갖더라도 이익의 일부는 생물자원보유국에 돌려준다는 의미다. 문제는 생물자원보유국은 ‘생물유전자원’의 범위를 최대한 넓히려 하고 기술보유국은 유전 기능이 있는 물질로만 제한하자고 주장하는 점이다.

생물자원 중에는 뱀독이나 송진처럼 유전 기능이 없는 물질도 있다. 또 유전 기능이 있는 물질에서 추출했지만 가공된 뒤 유전 기능이 사라진 1차 가공물도 있다. 이들을 유전자원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양측이 언성을 높이다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익 공유를 시작하는 시점도 ‘뜨거운 감자’다. 기술보유국은 생물다양성 협약이 발효되는 시점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공유하자는 입장이고 자원보유국은 생물다양성 문제가 처음 제기된 1992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논의도 결국 과거 유럽의 식민지였던 국가들이 생물자원 수탈이 시작된 16세기부터 따져야 한다고 말하며 중단됐다.

○ 29일까지 타결 안 되면 내년으로 미뤄

19일 티머시 호지스와 페르난도 카사스 ABS 협상단 공동의장은 “22일 오전에는 ABS 의정서가 나와야 COP10 기간 내에 생물다양성 협약이 발효될 수 있다”고 밝혔다. 남은 일정 동안 논의될 내용은 ‘의정서를 지키는지 어떻게 점검하고, 이를 어길 때는 어떤 제재를 가할 것인가?’와 ‘이익 공유는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이다. 카사스 공동의장은 “시간이 없다”면서도 “실제로 사용할 수 없는 약속은 무용지물”이라며 “193개 나라가 모두 합의하지 않는 이상 의정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2일 ABS 의정서 타결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망한다. 한국 대표인 김찬우 환경부 국제협력관은 21일 “올해 열리는 마지막 회의인 만큼 각 나라가 조심스레 견해차를 좁히려 노력하고 있지만 핵심 쟁점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며 “옅은 희망만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ABS 의정서 협의는 22일에도 끝나지 않으면 COP10이 끝나는 29일까지 계속된다. 29일마저 넘기면 생물다양성 협약은 올해 안에 발효되지 않는다.

나고야=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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