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관제실 명령 1호 “천리안, 전압 확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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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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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국내 첫 교신… 7년간 1만3000여 개 원격명령

지름 13m 안테나, 적도상공 3만6000㎞로 명령 전달
카메라 영상 해상도 위해 영하 243도 극저온상태 유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0일 ‘천리안’과 국내 첫 교신을 시도한다. 위성운영센터의 안테나동 옥상에 설치된 지름 13m짜리 송수신용 
안테나는 관제실의 명령을 전파로 바꿔 상공 3만6000km에 떠 있는 천리안에 쏘아 올린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0일 ‘천리안’과 국내 첫 교신을 시도한다. 위성운영센터의 안테나동 옥상에 설치된 지름 13m짜리 송수신용 안테나는 관제실의 명령을 전파로 바꿔 상공 3만6000km에 떠 있는 천리안에 쏘아 올린다.
《“‘디그리(degree·각도)’ 확인 바랍니다.” 7일 오후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통신해양기상위성(천리안) 관제실. 한국의 첫 정지궤도위성인 ‘천리안’과의 국내 교신을 사흘 앞두고 관제실이 24시간 풀가동 중이다. 영어와 숫자, 기호가 한데 섞인 문자들이 관제실 중앙 대형 화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천리안에 보내는 원격명령이다. 이훈희 연구원은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전화를 하고 있다. 스피커폰으로는 간간이 프랑스어도 들린다. 김방엽 정지궤도위성관제팀장은 “프랑스 아스트리움 관제실과 24시간 ‘핫라인(긴급연락망)’을 개설했다”면서 “천리안과의 교신 업무를 넘겨받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말까지 매일 10개씩 원격명령

5일 오후 10시 10분(한국 시간) 천리안이 최종 목표궤도에 안착하면서 아스트리움 측의 역할은 사실상 끝났다. 10일 아스트리움 파트리크 에스쿠루 관제팀장이 ‘다음 교신은 항우연에서 하라’고 알리는 순간부터 천리안의 일거수일투족은 항우연이 쫓아야 한다. 연구원 16명이 교대로 24시간 관제실을 지킨다.

천리안이 소화해야 할 원격명령은 1만3000여 개. 김 팀장은 “첫 원격명령은 천리안의 전압 상태를 확인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위성이 태양전지판에서 전력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면 임무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험 운용 기간인 올 연말까지는 하루에 최소 10개씩 천리안에 원격명령을 올려 보낼 예정이다. 여기에는 국가기상위성센터와 해양위성센터가 요청한 영상 정보용 원격명령도 포함된다.

현재 천리안은 적도 근처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상공 3만6000km 지점에 떠 있다. 지구 반지름의 약 6배에 해당하는 먼 거리까지 명령을 보내는 역할은 관제실 뒤쪽 안테나동 옥상에 있는 지름 13m짜리 송수신 안테나가 담당한다. 이 안테나는 관제실이 내린 임무 명령을 전파로 바꿔 천리안에 쏘고, 천리안에 달린 젓가락 모양의 안테나가 전파를 수신한 뒤 인공위성의 두뇌에 해당하는 탑재컴퓨터에 전달한다. 김 팀장은 “탑재컴퓨터는 한 비트라도 명령어 서식이 다르면 해커가 보낸 것으로 판단해 명령을 수행하지 않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 위성의 한쪽에만 태양전지판 달아

5일 오후 10시 10분 최종 목표궤도에 무사히 진입한 천리안. 천리안은 적도 근처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상공에 떠 있다.
5일 오후 10시 10분 최종 목표궤도에 무사히 진입한 천리안. 천리안은 적도 근처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상공에 떠 있다.
천리안은 정상 운용되는 2011년부터 7년간 극한 우주환경을 견뎌야 한다. 양군호 통해기체계팀장은 “천리안은 설계부터 국내 연구진이 주도했다”면서 “통신용 안테나와 해양·기상용 카메라를 한데 달고 있는 ‘멀티플레이어형 위성’은 세계적으로 몇 개 안 된다”고 말했다. 태양전지판을 위성의 한쪽에만 달고 있는 독특한 구조는 천리안을 위해 특별히 고안됐다. 대개 위성은 태양전지판을 양쪽에 하나씩 날개처럼 펼치도록 설계한다. 그래야 균형이 맞아 위성의 자세를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태양풍(태양이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핵융합반응 과정에서 생기는 입자의 흐름)이 강하게 몰아쳐도 끄떡없다.

그런데 천리안에 달린 기상용 카메라는 영하 243도 이하의 극저온 상태가 유지돼야 영상의 해상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양 팀장은 “기상용 카메라 바로 아래에 극저온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쿨러를 달았다”면서 “쿨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기상용 카메라가 달린 쪽에는 태양전지판을 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대신 ‘전자 팽이’라 불리는 자세제어용 바퀴를 달아 위성의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했다.

‘탑재체정밀접속구조물’도 천리안에만 있다. 이 구조물은 기상관측용 카메라와 해양관측용 카메라가 영상을 찍느라 렌즈를 움직일 때 생기는 진동을 상쇄시킨다. 이 밖에 연구진은 태양을 수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태양전지판을 하루에 한 바퀴씩 돌리는 모터의 진동으로 영상이 흔들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해양관측용 카메라가 한반도 주변 해역을 촬영하는 30분 동안은 모터를 멈췄다가 다음 30분간 2배의 속도로 태양전지판을 돌리도록 설계했다.

○ 2호는 위성 2개로 개발해 2017년 발사

프랑스 아스트리움과 공동으로 사실상 천리안의 관제 업무를 시작한 항우연 통신해양기상위성(천리안) 관제실. 10일부터는 항우연이 
관제권을 모두 넘겨받는다. 사진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프랑스 아스트리움과 공동으로 사실상 천리안의 관제 업무를 시작한 항우연 통신해양기상위성(천리안) 관제실. 10일부터는 항우연이 관제권을 모두 넘겨받는다. 사진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우연은 ‘천리안 2호’ 격인 한국의 두 번째 정지궤도위성도 개발할 계획이다. 2017년 천리안이 수명을 다하면 ‘정지궤도복합위성’을 띄우겠다는 것이다. 정지궤도위성은 수명이 정해져 있다. 위성의 자세를 유지하는 데 쓰는 연료가 바닥이 나면 위성의 수명도 끝난다.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1호나 2호처럼 자체 연료가 필요 없는 저궤도 위성이 예상 수명을 훨씬 넘겨 운용되는 것과는 다르다. 양 팀장은 “천리안을 개발하면서 쌓은 국산 기술력을 정지궤도복합위성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궤도복합위성은 천리안과 달리 위성 2개로 나눠 개발된다. 또 통신 안테나 대신 황사 등 대기오염을 감시할 환경 탑재체가 실린다. 양 팀장은 “기상위성 1기와 해양·환경위성 1기를 개발해 각각 2017년과 2018년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메라의 성능은 2배 이상 향상된다. 기상 탑재체의 경우 미국의 차세대 기상관측위성인 GOES-R에 사용할 카메라와 동일한 모델이다. 항우연은 정지궤도복합위성 개발에 670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이 사업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고 있다.

대전=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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