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차미네이터’ 현실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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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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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과학으로 ‘축구 로봇’ 만들려면수소핵융합장치 소형화 관건… “수십년 걸려”탄소나노튜브 몸체 만들면 태클에 끄떡없어

차붐인더스트리에서 만들었다는 차미네이터가 누리꾼들에게 인기다. 차미네이터, 즉 인간처럼 축구하는 로봇을 실제로 만드는 일이 가능할까. 국내 로봇 전문가들의 조언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차미네이터를 현실로 끄집어내 봤다.

누리꾼들은 차미네이터의 에너지원으로 ‘아크원자로’라는 핵융합 장치를 추천한다. 영화 ‘아이언맨2’에서 소개된 상온 핵융합로다. 그러나 황용석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상온핵융합 기술은 신빙성이 없다는 게 과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라고 말했다.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 2개를 무거운 원자 하나로 합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내놓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수소를 이용한 핵융합 장치를 대신 추천한다. 권면 국가핵융합연구소 단장은 “먼저 대형 핵융합 장치 개발에 성공한 다음 로봇에 쓸 만한 소형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적어도 수십 년은 걸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음은 조종, 즉 머리다. 누리꾼들은 차범근 전 감독이 차미네이터를 조종하거나 차 전 감독의 아바타가 차두리라고 우스개를 던진다. 조이스틱 이야기도 나왔지만 뇌파로 기계를 움직이는 ‘뇌-로봇 접속 기술(BMI)’이 더 낫다. 이 기술은 대리로봇 이야기를 그린 영화 ‘써로게이트’에도 소개됐다.

2008년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진은 원숭이의 대뇌피질에 전극을 달아 로봇팔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일본 혼다사는 인간형 로봇 아시모의 팔과 다리를 이 기술을 이용해 움직이는 데 성공해 차미네이터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차미네이터의 적정 무게는 얼마일까. 휴보2는 키가 120cm이고 배터리를 포함한 몸무게가 45kg이다. 키가 181cm인 차미네이터의 몸무게를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68kg이 나온다. 차두리의 실제 몸무게(79kg)보다 11kg 적다.

무게는 로봇의 움직임과 배터리 사용시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벼울수록 좋지만 그렇다고 가볍게만 만들다 보면 외부 충격에 약해진다. 가벼움과 강도,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탄소 원자 6개가 육각형 벌집처럼 이어진 탄소나노튜브를 최고의 외장재로 꼽는다. 호주 시드니대 연구진은 “탄소나노튜브로 방탄복을 만들면 초속 2000m로 날아오는 총알에도 끄떡없다”고 2007년 11월 ‘나노테크놀로지’에 발표한 바 있다.

차 선수는 100m를 11초2에 달린다. 오준호 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지난해 개발한 달리는 인간형 로봇 ‘휴보2’보다 9배가량 빠르다. 차미네이터가 차두리처럼 축구를 하려면 달리면서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는 기술뿐만 아니라 고도의 인공지능까지 필요하다. 필요한 곳으로 순식간에 달려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청소로봇처럼 움직였다간 로봇도 ‘뻥 축구’를 할 것이다. 오 교수는 “차미네이터처럼 움직이는 기술이 실제로 나온다면 로봇 분야에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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