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치학 전문대학원 제도가 이공계생 의사지원 부추겨”

  • Array
  • 입력 2010년 4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임정기 서울대 의대 학장 비판발언 주목

임정기 서울대 의대 학장(사진)이 의·치학 전문대학원(의·치전원) 제도에 대해 이공계 학생들의 의사 지원을 부추긴다며 비판하고 나서 주목된다.

임 학장은 18일 “이공계를 살리려면 의·치학 전문대학원 인원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며 “올해 KAIST 생명공학부 졸업자 가운데 아무도 KAIST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을 정도로 이공계를 선호하지 않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KAMC) 이사장직도 맡고 있는 임 학장이 의·치전원 제도 개선 방안을 한창 논의하는 상황에서 비판 발언을 함에 따라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의·치전원이 생기면서 이공계 대학원으로 진학해야 할 인력들이 대거 의·치전원에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서울대 KAIST 포스텍 생명과학전공 대학원의 진학률이 2001, 2002년 57%에서 2004∼2008년 33, 34%로 떨어졌다가 2009년엔 27%, 2010년엔 평균 16%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2009년도 의학전문대학원 합격자의 60% 이상이 생물이나 화학 관련 전공자였다.
교과부 “의대 입시과열 분산효과… 지원 계속”

임 학장은 의전원의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는 점도 제기했다. 그는 “대부분의 의전원이 의대의 두 배 가까운 등록금을 받는데 이는 경제적 약자들에게 의사의 꿈을 버리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전원 정원을 대폭 축소하고 6년제 의대에서 학사편입을 허용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 학장은 “의전원 제도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제도일 수 있다”며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의전원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의사-과학자(MD-PhD)’ 과정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약학전문대학원이 신입생을 뽑기 시작하면 이공계 학생들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한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의전원 제도를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현 체제대로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관복 교과부 대학지원관은 최근 의사양성학제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의전원은 의대 입시 과열 현상을 대학원 단계로 분산시키고 우수 인재들이 이공계로 들어가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의전원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용진 서울대 의대 의료정책실 교수는 “의전원은 입시과열 분산이 아니라 입시의 연장일 뿐”이라면서 “우수 인재가 이공계로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이공계 졸업생들이 대부분 의전원으로 진학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