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광우병 혼란은 과학정보 부족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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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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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위험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로건 박사 “정보 공유해야 위험 공동 대처”

“한국에서 광우병에 심각하게 대응하고 신종 인플루엔자에는 차분히 대처한 것은 사안별로 시민들의 경험과 지식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해당 이슈에 대한 정부와 과학자들의 정보 제공 여부가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위험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로버트 로건 박사(사진)는 최근 2, 3년간 국내에서 일어난 과학기술 위험 사고를 분석한 결과를 소개하며 “자발성, 통제가능성, 친숙성, 이익 여부, 재난 가능성, 과학자들의 정보 제공 등의 요소가 중요하다”고 1일 밝혔다. 그는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최한 ‘국가 과학기술 위험커뮤니케이션 현주소와 당면과제’ 토론회 참석차 한국에 왔다.

로건 박사는 “자료 부족으로 정확한 답변이 아닐 수 있다”면서도 “광우병은 감기처럼 시민들이 늘 보던 것도 아니고, 운전처럼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도 아니며, 재난의 잠재성도 큰 데다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대중이 감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신종 플루는 감기의 변형으로 여겼고 관련 정보도 풍부해 비교적 침착하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로건 박사는 위험한 과학 이슈를 다룰 때 정보 공개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정 과학기술 사안의 위험 정보를 모두 제공하면 그 사안의 성격과 진행 방향 등을 빠르게 알아내고 대중과 함께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혼자서는 과학기술 위험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지적재산권 문제가 있지만 사회적 이익을 위해서 정부, 연구소, 기업 등이 과학지식 공개에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실제로 로건 박사가 소속된 NIH도 도서관에서 기사, 논문뿐 아니라 연구용 자료 등을 모두 개방했다. 특히 신종 플루 바이러스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개해 과학자들과 소통했고, 결국 대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정보공개는 지난 60년간 추진해온 것으로 반대도 많았지만 대중의 과학 이해를 위해서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대중 역시 과학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위험이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습니다. 과학, 의학 정보는 모두와 관련된 것으로 시민들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가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기자 kyout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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