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에 전자빔 쬐면 녹조현상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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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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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빔 이용기술 워크숍’서 소개된 첨단기술

물분자 활성화시켜 조류 엽록소파괴 효과
콘택트렌즈 산소 투과율 - 섬유강도 높여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있는 10MeV(메가전자볼트) 전자가속기. 전자가 속기로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하면 전자빔을 얻을 수 있다. 사진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있는 10MeV(메가전자볼트) 전자가속기. 전자가 속기로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하면 전자빔을 얻을 수 있다. 사진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로봇 태권V는 눈에서 레이저 광선을 쏜다. 가슴에서는 비장의 무기인 광자력 빔을 발사한다. 광자력 빔은 ‘자바늄’이라는 가상의 물질로 만든 레이저다. 광자력 빔은 아직 공상일 뿐이지만 현실의 전자빔은 섬유를 튼튼하게 하거나 적조를 제거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팔방미인’의 맵시를 뽐내고 있다. 전자빔은 전자가속기에서 전자가 만들어낸 빛으로 국내에서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에서 만든다. 지난달 25일 열린 ‘제5회 전자빔 이용 기술 워크숍’에서 소개된 첨단 연구들을 살펴봤다.

○ 1500년 전통 한산모시의 변신

합성섬유보다 친환경 소재로 만든 옷이 인기를 끌면서 1500년 전통의 모시가 주목받고 있다. 이정순 충남대 의류학과 교수팀은 이날 워크숍에서 “전자빔을 쬐었을 때 한산모시의 강도가 4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모시섬유에는 알파셀룰로오스와 베타셀룰로오스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알파셀룰로오스가 많을수록 섬유 강도가 세진다. 최혜영 충남대 의류학과 박사는 “한산모시에 3kGy(킬로그레이) 세기의 전자빔을 쬐었더니 알파셀룰로오스 함량은 그대로이고 섬유 표면에 있던 불순물은 제거됐다”고 말했다. 전자빔을 쬐인 한산모시의 섬유 강도는 40%나 세졌다.

전자빔의 세기도 중요하다. 너무 센 전자빔을 쬐면 알파셀룰로오스가 베타셀룰로오스로 변해 섬유 강도가 되레 낮아졌다. 30배 센 전자빔을 쬐자 한산모시 섬유의 강도는 절반 가까이 약해졌다. 최 박사는 “천연섬유로 만든 친환경 바이오 재료의 수요가 늘고 있다”며 “전자빔으로 한산모시의 강도를 높이면 옷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눈에 좋은 콘택트렌즈 만든다


지난해 10월 서울 청계천에 녹조현상이 발생했다. 녹조현상은 질소 등이 갑자기 증가하면서 녹조류가 이상 증식하는 것을 말한다. 녹조류가 물의 표면을 덮기 때문에 물속에녹아있는 산소량은 줄어든다. 물이 오염되고 물고기 등 수중 생물은 폐사하기 쉽다.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해 10월 서울 청계천에 녹조현상이 발생했다. 녹조현상은 질소 등이 갑자기 증가하면서 녹조류가 이상 증식하는 것을 말한다. 녹조류가 물의 표면을 덮기 때문에 물속에녹아있는 산소량은 줄어든다. 물이 오염되고 물고기 등 수중 생물은 폐사하기 쉽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전자빔을 이용하면 콘택트렌즈도 더 좋아진다. 기존 콘택트렌즈는 여러 화학물질을 접합제(가교제)로 붙인 뒤 1시간가량 60∼70도의 열을 가해 하나로 만들었다. 가교제는 인체에 해로워 렌즈를 만든 후 반드시 씻어내야 했다.

전진 동신대 안경광학과 교수는 “전자빔을 이용해 만든 콘택트렌즈는 기존 제품보다 수분의 양이 25%, 산소 투과율은 30% 증가했다”고 말했다. 콘택트렌즈에 들어 있는 수분이 많을수록 눈의 피로감이 덜하고 착용감이 좋다. 산소 투과율 역시 중요하다. 혈관이 없는 각막은 산소를 대기에서 직접 공급받는다. 콘택트렌즈의 산소 투과율이 낮으면 각막에 산소가 부족해진다. 눈동자가 충혈되고 시력이 나빠지기 쉽다. 전 교수는 “전자빔을 이용하면 접합제를 쓰지 않아도 돼 친환경적”이라며 “전자빔을 맞은 콘택트렌즈는 표면에 산소와 수소가 결합한 수산화기가 늘어나 산소가 잘 통과하고 수분 함유량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 전자빔 맞은 녹조 흐물흐물

전자빔은 환경 정화에도 유용하다. 강준원 연세대 환경공학부 교수팀은 전자빔으로 오염물질인 이산화탄소 흡수제(MEA)를 제거하는 기술을 워크숍에 선보였다. 강호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팀은 녹조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산화탄소 흡수제는 주로 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한다. 탄소와 질소로 이뤄져 있는데 발전소 폐수에 섞여 방출되면 하천이나 바다가 오염된다. 하수처리장에서 사용하는 미생물로는 흡수제를 분해하기 어렵고 산소나 자외선을 이용해도 분해율이 20∼40%에 그친다. 연구팀의 윤여준 씨(박사과정)는 “이산화탄소 흡수제가 섞인 폐수에 전자빔을 쬐었더니 흡수제의 95%가 제거됐다”며 “전자빔은 폐수의 물 분자를 활성 분자로 만드는데 활성 분자는 다른 물질과 만나 격렬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어 활성 분자들이 흡수제를 분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빔을 한산모시에 쪼였을 때 표면에 나타나는 변화를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촬영한 사진. 전자빔을 쬐지 않았을 때(위)와 달리 전자빔을 쬐면 섬유 표면의 불순물이 사라지고 강도가 세진다. 사진 제공 충남대
전자빔을 한산모시에 쪼였을 때 표면에 나타나는 변화를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촬영한 사진. 전자빔을 쬐지 않았을 때(위)와 달리 전자빔을 쬐면 섬유 표면의 불순물이 사라지고 강도가 세진다. 사진 제공 충남대
강호 교수도 워크숍에서 “전자빔으로 만든 활성 분자를 이용해 녹조를 일으키는 조류의 엽록소를 파괴하면 녹조 현상을 없앨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엽록소가 없어지면 광합성을 못하기 때문에 조류가 생존할 수 없다. 연구팀이 녹조를 일으키는 조류에 전자빔을 쬐자 바로 60∼70%가 죽었다. 김왕근 한국방사선산업학회 사무국장은 “전자빔을 만드는 전자가속기가 주로 수입제품인데 이를 국산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전자빔을 쪼인 물 분자는 여러 가지 활성 분자로 나뉜다. 활성 분자는 이산화탄소 흡수제(MEA)와 반응해 이 물질을 분해한다. 활성 분자는 또 녹조류의 엽록소를 파괴한다. 녹조류의 광합성 작용을 막아 적조 현상을 줄일 수 있다. 자료 제공 연세대
전자빔을 쪼인 물 분자는 여러 가지 활성 분자로 나뉜다. 활성 분자는 이산화탄소 흡수제(MEA)와 반응해 이 물질을 분해한다. 활성 분자는 또 녹조류의 엽록소를 파괴한다. 녹조류의 광합성 작용을 막아 적조 현상을 줄일 수 있다. 자료 제공 연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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