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아는 만큼 보상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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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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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의료사고 대처법, 진료기록 확보하고 경위서 작성해야 승소 가능성 높아…

의료분쟁으로 인한 의료소송건수는 한 해 1000건이 넘는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08년 국내 의료소송건수는 1116건이었다. 소송건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전문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은 ‘약자’가 되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법적으론 피해자인 환자 측이 의료행위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이들이 있다. 바로 의료전문 변호사들이다. 법률지식과 의료지식을 함께 갖춘 이들은 의료분쟁을 조정하고 환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법무법인 청담(靑談)의 권용일 변호사는 국내 20명 남짓인 의료전문 변호사로 활동한다.

○ 신속한 진료기록 입수가 우선

#사례 1. 2003년 심장수술 중 뇌 손상을 입어 지능이 3세 수준으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20대 여성 이모 씨. 보호자는 병원 측에 진료기록을 요구했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담당의사의 허락이 필요하니 기다리라고 했다. 나중에 받은 진료기록 중에는 중요기록의 일부가 누락돼 있었다. 결국 보호자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증거보존신청 절차를 밟았고 진료기록 원본을 입수할 수 있었다.

의료진의 과실이라고 의심이 가는 피해를 입었을 때 환자는 신속히 진료기록을 확보해야 한다. 진료기록은 진료를 담당한 의사와 간호사 등이 환자를 치료한 과정을 기록한 서류. 이 서류에는 환자의 증상과 진단 결과, 그에 따라 사용한 약물과 치료법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이런 진료기록은 의료법상 환자나 보호자가 원하면 열람복사가 가능하다. 또 의료기관은 환자 치료에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를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환자의 진료기록 열람복사 신청을 병원이 거부하거나 지연할 때는 관할 보건소에 의료법 위반 사실을 신고한다. 그래도 해결이 되지 않을 때에는 이 씨의 사례처럼 증거보존신청을 통해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환자의 입증 책임은 어디까지?

#사례 2. 2002년 추간판(디스크)탈출증으로 수술 중 신경이 손상된 40대 남자 김모 씨. 수술이 끝난 직후부터 발바닥이 다리미를 댄 듯 뜨거워지며 양쪽 다리 통증과 마비증상이 발생했다. 재수술 후에도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고, 김 씨는 결국 마미증후군(馬尾症候群, 대소변장애)이라는 후유증을 얻었다. 김 씨는 수술 전 경미한 디스크로 마미증후군이 발생할 소인이 없었던 점, 수술 과정에서 요추(허리뼈)부 신경손상의 위험성이 있는 점, 마미증후군이 수술 직후 발생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받았고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

현실적으로 환자가 의사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한글을 모르는 어린 아이가 맞춤법이 틀린 단어를 찾는 일에 비유된다. 의료사고를 당한 절망감에 더해 의사의 과실을 입증해야만 하는 피해자들은 두 번 울 수밖에 없다.

이에 법원은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다음 세 가지 경우에 한해 입증책임을 완화해주기도 한다.

첫째, 치료받기 전 환자의 상태와 비교했을 때 의료행위가 부정적인 결과의 원인이 될 수 있었느냐다.

둘째는 의료행위에서 신경손상 원인을 찾지 못하더라도 수술과정에서 수술기구에 의한 신경의 직접적인 손상 가능성이 있었느냐다.

셋째, 수술 등 의료행위 후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얼마 뒤에 발생했느냐다. 부정적인 결과가 수술 등 처치 후 시간적으로 근접해서 발생했다면 수술 중 처치와 관련이 깊다고 판단한다.

○ 의료, 법률 등 전문지식 갖춘 이의 상담 필요

#사례 3. 2009년 맹장수술 후 수술 부위가 치유되지 않아 여러 병원을 다니며 통원, 입원 치료를 받다가 몇 달 뒤 한 대학병원에서 사망한 박모 씨. 의료진이 진단한 박 씨의 사망원인은 급성골수성백혈병이었다. 그러나 그의 보호자는 맹장수술을 한 병원 측의 과실과 이후 치료를 위해 전전한 병원들의 미흡한 처치가 박 씨의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때론 박 씨처럼 의료행위와 인과관계가 없는 질환으로 사망했는데도 사망 이유를 몇 차례 진료를 받았던 병원들의 의료과실이라고 보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있다.

맹장수술 과정에서 백혈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연달아 불행한 일이 생겼지만 말 그대로 이는 우연하게 시기가 겹쳐 생긴 일일 수도 있다.

박 씨의 보호자는 박 씨의 사망으로 절망감이 컸다. 또 그가 치료받았던 병원들의 의료과실을 의심하면서 상당한 심리적 피해의식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의 보호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진료기록을 충분히 검토한 뒤 상담을 통해 병원의 의료행위와 박 씨의 사망이 인과관계가 없음을 인정하게 됐다.

이처럼 의료과실이 의심스러운 상황이 생긴다면 의료전문 변호사 등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 본 지면의 기사는 의료전문 신헌준 변호사의 감수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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