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당하는 의료통역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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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500만원” 고임금에 병원들 채용 꺼려
작년말 첫 61명 배출해 고작 4명만 취업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은 지난해 7월 ‘의료통역사 양성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의료관광이 활성화되면서 통역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다. 수강료를 포함해 사업예산 5억 원을 전액 보건복지가족부가 부담한 국비 사업이었다.

6개월의 교육을 마치고 지난해 12월 17일 의료통역사 61명이 처음 배출됐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이들의 취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한 달 보름이 지났지만 4명만이 병의원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렵게 양성한 전문 인력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당초 복지부는 의료통역사가 바로 병원에 취직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병원들은 이들의 고용을 꺼리고 있다. 보통 많은 병원이 외국인 환자가 오면 프리랜서 통역사를 고용해 쓴다. 이 경우 시간당 20만∼50만 원을 준다. 그러나 통역사를 정규직원으로 둘 경우 매달 400만∼500만 원의 임금이 나가야 한다.

의료관광을 활성화하려면 코디네이터가 더 필요한데 복지부가 엉뚱한 전문직을 양성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마케팅 계획을 세우고 있는 B성형외과 원장은 “외국인 환자 전화 상담부터 진료 안내까지 모든 일을 코디네이터가 한다”며 “진료실 내 통역만 하는 통역사를 따로 고용하면 남는 게 있겠느냐”고 말했다. 서민호 한국글로벌헬스케어협회 부회장은 “의료관광 최전방에 있는 성형외과와 피부과 같은 의원들은 고급 통역사가 아니라 외국어에 능숙한 코디네이터나 간호사를 원한다”며 “정부가 이들의 요구에 맞는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일단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박금렬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장은 “아직까지는 의료관광 초기 단계라 통역사들의 취업률이 예상보다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앞으로 외국인 환자가 증가하면 이들에 대한 수요도 늘 것”이라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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