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아하, 망막 속의 너희들 덕분에 빛을 느낄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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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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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필름이 필요하듯 우리가 보기 위해서는 망막이라는 얇은 신경막이 필요하다. 필름이 빛을 받아들여 아름다움을 표현하듯이 망막에도 빛을 느끼는 1억 개의 막대세포와 600만 개의 원뿔세포가 있다.

두 세포의 바깥 부분에는 층층이 쌓아져 있는 1000개의 원반이 있으며, 원반에는 빛을 받아들이는 로돕신들이 세포마다 1억 개씩 들어 있다.

로돕신들이 눈 속으로 들어온 빛 알갱이와 결합하면 세포는 전기를 띄게 된다. 로돕신은 일회용이라서 빛에 한 번 노출되면 재생을 위해 원반과 함께 떨어져 나간다. 핵이 있는 안쪽 부분에서는 사립체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떨어져 나간 만큼 새 원반을 만들어 보충한다. 지금도 우리가 세상을 보고 있는 동안 눈 속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로돕신이 쉴 새 없이 반짝거리며 사라져가고 있다.

원뿔세포는 주로 망막의 중심 3mm 반경 이내에 뭉쳐 있으며, 막대세포는 그 주변부에 위치한다. 원뿔세포는 mm²당 15만 개 정도 있는데 주변부 막대세포에 비해서 30배 정도 더 밀집된 것이다. 원뿔세포는 색각을 담당하며, 반응이 매우 빠르고, 미세한 것을 정밀하게 구분한다. 그러나 막대세포는 명암을 구분하며, 반응이 느리고, 형태 정도만을 구분한다. 낮에 일하는 원뿔세포의 원반은 밤에 주로 합성되고, 밤에 일하는 막대세포의 원반은 낮에 만들어진다.

“아빠. 원뿔세포가 없다면 어떻게 돼요.” “안경을 써도 잘 안 보이게 될 거고, 세상은 흑백이 될 거야 그리고 눈부시지 않게 항상 색안경을 써야 되겠지.”

“막대세포가 없으면요.” “시력과 색각은 정상이지만 시야가 좁아지고, 야맹증이 생길거야.” 실제로 5000명 중 한 명꼴로 이렇게 살고 있다.

그때 옆에서 괴상한 질문이 날아온다. “여보, 난 당신에게 원뿔이에요, 막대예요?” 앗! 이것은 함정이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하는 질문만큼이나 아슬아슬하다.

아빠 한 번 보고, 엄마 한 번 보며 당혹해 하던 막내딸의 표정이 생각난다. 하마터면 ‘당신은 내게 원뿔이야. 당신이 없으면 이 세상은 암흑이거든…’이라고 할 뻔 했다.

휴! 정답 같지만 다시 한 번 잘 생각해야 한다. 내 표정을 슬쩍 바라보는 아내의 눈길이 느껴진다. 그 순간 막내딸은 “아빠도 좋고, 엄마도 좋아”라고 했었다. 그렇다. 나는 “그야 당신은 내게 원뿔이며 막대지”라고 했다. 아내는 큰 의미 없이 던진 질문에 당연한 대답이라는 듯 고개를 돌려 하던 일을 계속했다. 짧은 순간에 나도 막내딸처럼 무난히 임무를 완수했다.

이성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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