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 도로 뛰어들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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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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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 2중 철책 일부 철거
서식지에 사람 들어갈 수도

올해 1월 고라니 수컷 한 마리가 경기 고양시의 한강변 철책선 아래 외부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에서 한가로이 쉬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올해 1월 고라니 수컷 한 마리가 경기 고양시의 한강변 철책선 아래 외부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에서 한가로이 쉬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경기 고양시와 김포시 관내 한강 하구에 설치된 군 철책이 내년 상반기 중에 본격적으로 철거될 예정이다. 두 시는 철조망이 사라지면 한강변을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지금 이곳을 서식지로 삼고 있는 동물들에게는 철책 제거가 생존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양시와 김포시는 최근 육군 9사단, 육군 17사단과 각각 철책 제거에 따른 군 부대 경계 대책을 마련하는 데 합의하고 이달 안에 공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 일대는 밀물 때에 맞추면 상류 지역인 북한에서 무장공비가 쉽게 침투할 수 있는 곳이라 철책을 걷는 대신 첨단 관측 장비가 설치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1970년 이후 이 일대에 철책이 설치됐고, 40년 동안 고라니와 삵 등 각종 동물이 자유롭게 서식해 왔다는 점이다. 겨울에는 멸종위기종인 두루미와 큰고니, 큰기러기, 저어새, 가창오리 등 70여 종의 철새가 날아들고 있다. 호랑이 등의 포식자는 없지만 육식동물인 삵이 발견돼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고 고라니만 해도 1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물을 좋아하는 버드나무와 갯버들, 조팝나무 등 토종 식물 20여 종도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철책이 사라지고 사람의 발길이 닿으면 이 일대에서 서식하던 철새와 고라니 등의 동물은 갈 곳을 잃고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고양시 구간의 철책은 이중으로 둘러쳐져 있는데 군 당국은 이중 철책 중 강변에 있는 1차 철조망만 철거하고 도로변 철조망은 계속 유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고라니가 강변 철책을 넘었던 사례가 있어 신호등이 없는 자유로를 질주하는 차량들이 고라니를 만나 대형사고를 일으킬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출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해 최대한 동식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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