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재잘재잘… “트위터가 내 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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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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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정보 수시로 묻고 답변 달아
블로그보다 쌍방향 소통 쉬워
“의사와 교감 높이면 치료도 잘돼”

‘컨테이너박스에서 진찰 그리고 기다란 면봉으로 검사. 감기약과 타미플루 처방. 근데 지금 음성이라고 문자왔다. 이틀간의 걱정스러움은 둘째 치고 남아 있는 타미플루 3일치를 먹어야 하나….’

‘내성은 먹는 사람의 몸에 생기는 게 아니라 약을 남용하다가 바이러스가 약에 대해 내성을 가지게 될 가능성을 말하는 거랍니다. 음성 나오셨으면 드시지 마세요.’

김승범 제너럴 닥터 의원 원장의 미투데이(me2day.net/gedoc_kim)에 1시간 간격으로 올라 온 질문과 답이다. 김 원장은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지난해 12월부터 마이크로 블로그인 미투데이(me2day.net)로 갈아탔다. 친구 맺기로 500명 정도가 연결돼 있다.

김 원장은 “블로그는 환자가 원하는 정보보다는 의사가 준비한 정보만 전달하게 된다는 데 한계를 느껴 미투데이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 “믿을 수 있는 의학 정보를 제공한다”

갑자기 열이 나고 목이 아프다. 신종 인플루엔자가 아닌지 의심된다. 이럴 때 사람들은 주로 인터넷에서 의학 정보를 검색한다. 인터넷포털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신종 플루 관련 질문은 무려 4만3483건. 인터넷이 사람들이 의학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도구가 된 것이다.

김안과 병원의 팀 블로그인 ‘옆집 eye’(blog.kimeye.co.kr)는 2007년 12월 문을 연 이후 98만 명이 다녀간 인기 의학 블로그다. 하루 평균 방문객이 평균 1000명에 이른다. 내과, 안과, 치과 등 과별 의사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한 ‘코리안 헬스로그’ 내 ‘닥블’(docblog.koreahealthlog.com)은 2년간 총방문자가 3000만 명을 넘었다. ‘양깡’ ‘하이컨셉 하이터치’ ‘뉴욕에서 의사하기’ 등도 의사이면서 파워블로거들이다.

의사 블로그는 정확한 의학 정보를 전달한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비전문가에 의한 각종 의학 정보가 온라인상에 난무하면서 정보와 광고를 구별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 블로그에서 트위터로 갈아타다


환자들의 욕구가 단지 ‘정확한’ 정보에서 ‘정확하면서 친절한’ 정보로 옮아가면서 마이크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마이크로 블로그는 블로그의 뒤를 이어 등장한 트위터, 미투데이 등을 일컫는다. 소셜 미디어 중 ‘쌍방향성’이 가장 강조된 매체다. 의사와 환자가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것. 마이크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의사들은 “‘질병’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진료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원장은 “환자들에게 미투데이나 트위터를 할 것을 권유하며 진료에 이를 활용하고 있다”며 만성 위염을 앓고 있는 30대 여성 환자를 예로 들었다. 김 원장은 미투데이를 통해 이 여성이 평소 커피를 즐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맛있는 커피 사진이나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자주 업데이트되곤 했던 것. 가끔 ‘오늘도 술’이라는 메시지가 뜨기도 했다. 모두 위에 좋지 않은 식습관이다.

김 원장은 “환자들의 생활 습관은 아무리 오랜 기간 진료해 왔다고 해도 세세히 알 수 없다”며 “미투데이로 서로 왕래하며 일상을 관찰하다 보면 질병과의 연관성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가끔 ‘커피 그만 드세요’라고 잔소리를 하는 등 마치 주치의처럼 환자 일상에 개입하기도 한다.

○ 환자와 지속적인 관계 유지 가능

미투데이를 사용하는 김승환 공중보건의(1339 응급의료정보센터)는 “블로그는 지식을 기반으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지만 미투데이는 생각나는 대로 짧은 글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점에 빨리, 간단히 대답할 수 있는 것이 미투데이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2200명이 넘는 폴로어(follower·트위터 운영자를 따르는 등록 수신자)를 가진 트위터의 주인인 정지훈 우리들병원 생명과학기술연구소장은 마이크로 블로그를 활용한 진료의 장점을 ‘질병이 아닌 환자의 치료’라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온라인상에서 일차적으로 친밀감이 형성된 환자들은 진료의 효율도 높아지기 마련”이라며 “환자의 질병에만 집중하는 오프라인 진료와 달리 환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면 환자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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