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힘줘도 ‘쫄쫄’ 자다가도 ‘쫄쫄’, 40대 남성 25%가 ‘전립샘비대증’

  • Array
  • 입력 2009년 11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잔뇨감, 빈뇨, 급박뇨, 야간뇨 등 배뇨장애 전립샘비대증이 원인…
전립샘에만 작용하는 ‘트루패스’ 부작용 적고 치료 효과 빨라


“화장실에 가도 시원하게 일을 못 보니 계속 찝찝해요.”

사업체를 경영하는 이효춘 씨(48)는 최근 시원하게 소변을 보지 못해 고생이다. 화장실에 다녀온 뒤에도 소변을 덜 본 것 같은 느낌(잔뇨감)이 지속되고 밤중에도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가는 일이 잦아졌다. 병원을 찾은 이 씨는 ‘전립샘비대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 40대 이상 남성 4명 중 1명꼴로 발생


전립샘비대증은 전립샘이 커져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40대 이후 남성에게는 흔한 질환 중 하나다. 60대 남성의 60%, 70대 남성의 70%가 겪을 정도로 발병률이 높다. 국내 40∼89세 남성의 전립샘비대증 평균 유병률은 21∼28%다. 40대 이상 남성 4명 중 1명은 전립샘비대증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전립샘은 ‘방광 바로 앞에 있는 샘’을 뜻한다. 호두알 정도 크기의 전립샘 안에는 포도송이처럼 생긴 여러 개의 샘이 있다. 이 샘은 정자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전립샘 가운데 구멍으로 요도가 통과한다. 이때 전립샘이 커지면서 요도를 막는 현상을 전립샘비대증이라고 한다.

적지 않은 남성들이 전립샘비대증을 노화와 함께 찾아온 어쩔 수 없는 증상이라고 생각하며 방치한다. 성기능에 영향이 있을 거라는 오해 때문에 다른 사람과 의논하지 않고 혼자 고민하는 사람도 많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비뇨기과 이형래 교수는 “전립샘비대증은 방치하면 여성의 요실금처럼 화장실 갈 걱정으로 외출을 망설이는 등 노년기 남성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 노년기 사회활동 방해, 고령자는 골절사고 위험까지


전립샘비대증은 노화가 진행되면서 남성호르몬이 원활하게 분비되지 못해 나타난다. 나이가 들면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도 전립샘 크기를 키우는 원인 중 하나다. 육식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증상이 잘 나타난다.

전립샘비대증의 주요 증상은 소변을 봐도 개운하지 않은 잔뇨감, 소변이 자주 마려운 빈뇨, 소변을 참기 힘든 급박뇨, 자다가 일어나 소변을 보는 야간뇨, 소변줄기가 가늘어지는 약뇨 등이 있다. 심한 경우 배에 극심한 통증이 오는 상황에서도 소변을 볼 수 없는 ‘요폐색’ 증상도 나타난다.

이런 증상들은 깊은 수면을 방해한다. 화장실에 자주 가야 하는 심리적인 부담 때문에 외출을 꺼리게 된다. 고령자는 밤중에 화장실을 가다가 넘어져 골절사고로 연결될 위험도 있다.

국제 전립샘 증상 점수표(그래픽 참조)를 이용해 전립샘비대증의 초기증상을 알아볼 수 있다. 측정에서 중등도(8∼19점) 이상이 나왔다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 예방이 최선, 걸렸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전립샘비대증은 노화가 진행되면서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예방이 필수다. 평소 따뜻한 물에 좌욕을 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좋다. 소변은 가급적 참지 말자. 지방이 많은 음식과 고칼로리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과도한 음주나 불규칙한 생활, 과로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50대 이상은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전립샘비대증 진단을 받았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방치하면 요도에 압력이 가해지고 요실금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증상이 반복되면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신장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신부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을지대 의대 비뇨기과 유탁근 교수는 “전립샘비대증으로 고생하는 환자의 상당수가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초기에 치료하면 불편을 줄일 수 있으므로 병원을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경과를 지켜보는 ‘대기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수분 섭취를 하루 1500ml 이하로 제한하고 카페인이나 탄산음료, 알코올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뇨작용이 활발해지면 방광을 자극해 빈뇨, 급박뇨, 야간뇨 등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변비도 배뇨를 악화시키므로 약물이나 생활습관 교정으로 치료해야 한다.

○ 부작용 최소화하는 약물치료제는?

대기요법을 통한 치료가 효과가 없을 때 약물요법이 사용된다. 주로 쓰이는 약물 중 하나로 ‘알파차단제’가 있다. 이 약물은 배뇨장애의 원인인 ‘알파1A수용체’를 차단한다. 알파차단제는 전립샘을 감싸는 근육을 이완시켜 요도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인다. 증상이 개선되기까지는 약 2주가 걸린다.

알파차단제를 통한 치료는 저혈압,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약물이 알파1A수용체뿐 아니라 혈압에 영향을 주는 알파1B수용체에도 영향을 미쳐 혈압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일어섰을 때 혈압이 떨어지는 기립성 저혈압이나 실신으로 인한 낙상,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은 고령의 환자들에겐 위험요소다.

9월 출시된 중외제약의 ‘트루패스’는 알파1A수용체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한다. 중외제약 측은 “혈관의 알파1B나 방광의 알파1D수용체에는 영향을 거의 끼치지 않아 기존에 나타났던 부작용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일본에서 실시된 임상시험 결과 약효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알파차단제는 치료효과가 나타나기까지 1주일 정도 걸렸다면 트루패스는 3, 4일 내에 증상이 개선됐다는 것.

중외제약의 김봉식 메디컬실장은 “트루패스는 그동안 부작용 때문에 약을 복용하지 못했던 환자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트루패스는 일본 제약사인 기세이사가 2004년 개발한 제품으로 중외제약이 국내 임상시험을 거쳐 판매한다. 2006년 일본에서 출시된 이후 지난해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4월부터 미국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이 기사는 의료전문 신헌준 변호사의 감수를 받았습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