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눈과 카메라, 어쩜 이렇게 비슷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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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1일 03시 00분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눈. 누구나 눈의 소중함을 알지만 다른 장기(臟器)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한 의학전문지에 망막에 관련된 칼럼을 200회나 진행해 화제가 됐던 이성진 순천향대병원 안과 교수의 ‘아이 러브 아이(I love eye)’ 칼럼을 연재한다. 이 교수는 순천향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에모리병원 안(眼)센터에서 연수한 뒤 순천향대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최근 병원 사정으로 안과 병동이 바뀌게 됐다. 새 병동의 간호사들을 위해 눈 질병에 대한 강의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망막이 전공이라는 간단한 본인 소개 후 “눈은 마치 카메라와 같습니다”라고 운을 떼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참으로 안과는 좁고도 깊은 우물과 같다. 오죽하면 같은 의사라도 안과의 특이한 용어나 질병에 대해 생소해할까. 그들에게 의학용어를 이용해 눈 질환을 이해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용어 자체가 난해한 암호투성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메라라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선생님, 망막은 무엇입니까?” “눈을 카메라에 비유한다면 망막은 필름에 해당합니다.”

“그럼 백내장은 무엇인가요?” “그건 카메라의 렌즈가 뿌옇게 변하는 것입니다. 백내장 수술은 뿌옇게 된 렌즈를 깨끗한 렌즈로 교환하는 것이지요.”

“녹내장은요?” “그건 카메라로 설명하기가 좀 어려우니까 나중에 따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노안은요?” “카메라의 자동 초점 기능이 고장 나 가까운 곳을 볼 때 초점이 잘 맺히지 않는 것입니다.”

“당뇨망막병증은요?” “당뇨병 때문에 필름이 지저분해진 것입니다. 아무리 렌즈가 깨끗해도 사진은 지저분하게 찍히겠지요.”

“황반변성은요?” “필름의 중심부가 망가진 것입니다. 사진을 찍으면 중심부만 검게 나오겠지요.”

“선생님, 그럼 망막박리는 필름이 박리된 것이고 망막변성은 필름이 변성된 것이고, 망막열공은 필름에 구멍이 생긴 거겠네요.” “흠… 여러분은 이제 비밀을 다 알아버리셨습니다.”

조금 더 알기 쉽게 칠판에 그림을 그렸다. “눈은 용적 5.5mL, 직경 24mm 정도 되는 작은 공과 같습니다. 그 공을 이 방만큼 크게 확대한 뒤 우리가 이 방 속에 앉아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방 안에는 깨끗한 물(유리체)이 차 있고, 벽에는 갈색 벽지(망막)가 발라져 있으며, 벽지와 벽(공막) 사이에는 온돌처럼 따뜻한 물(맥락막)이 흐르고 있습니다.

방안은 암실인데 돔 모양의 첫 번째 창문(각막)으로 들어온 빛이 돋보기처럼 생긴 두 번째 창문(수정체)을 지나 영화 스크린을 비추는 것처럼 벽지의 중심부(황반)로 모이게 됩니다. 벽지의 각 부분은 머리카락 같은 신경섬유가 있는데 말총머리처럼 모두 한 곳으로 모여(시신경) 뇌로 들어가게 됩니다. 햇빛이 강한 낮에는 커튼(홍채)을 닫고, 어두운 밤에는 달빛을 더 많이 받으려고 커튼을 활짝 열지요. 이만하면 상상이 되시나요?”

그때 저쪽 구석에서 한 간호사가 손을 들었다. “선생님. 제 카메라는 디지털 카메라인데요.”

이성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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