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대로 되는’ 대리로봇 언제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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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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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뇌파로 로봇 직접 조종
뇌파 측정 기술 다양한 실험
“인공지능보다 실현성 높아”

쥐 뇌에 근적외선을 쪼여 활성화된 뇌 부위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 제공 고려대 생체의공학과
쥐 뇌에 근적외선을 쪼여 활성화된 뇌 부위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 제공 고려대 생체의공학과
이르면 2017년쯤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회사를 다니고 학교에 가는 시대가 열린다. 사람을 완벽하게 대신해서 사회적 삶을 살아주는 로봇을 과학자들은 ‘대리로봇’이라고 부른다. 조종석에 앉아 생각만으로 회사나 학교에 보낸 로봇을 통제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휴머노이드’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달 초 개봉한 영화 ‘써로게이트’는 뇌파로 원격 조종하는 대리로봇을 소재로 한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로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사람 뇌에 대한 연구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 인간과 비슷한 인공지능을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며 “인간이 뇌파로 로봇을 직접 조종하는 대리로봇이 기술적으로 더 실현 가능하다”고 말한다.

실제 뇌파로 기계나 컴퓨터를 조작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MI)’는 로봇 기술의 최신 연구 주제로 떠올랐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장애인이 뇌파로 의수를 조작하는 기술은 이미 유럽에서 사용되고 있다. 사람이 팔이나 다리를 움직인다고 생각할 때 나타난 뇌파를 감지해 인공 팔다리의 모터를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과학자들은 뇌파를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뇌파를 가장 정밀하게 측정하려면 아주 작은 전극을 뇌에 심으면 된다. 하지만 뇌기능 활용 및 뇌질환 치료 기술개발사업단의 신형철 교수(한림대 의대)는 “전극을 뇌에 심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설령 심는다 해도 1년쯤 지나면 못 쓰게 되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뇌파를 뇌 밖에서 관측하는 방법이 고려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수많은 신경세포에서 나오는 뇌파가 뇌에 혼선을 일으켜 정교한 제어를 하기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로봇이 등장하는 영화 ‘써로게이트’의 한 장면. 사용자는 조종 의자에 앉아 뇌파로 대리로봇을 움직인다. 사진 제공 소니픽쳐스
대리로봇이 등장하는 영화 ‘써로게이트’의 한 장면. 사용자는 조종 의자에 앉아 뇌파로 대리로봇을 움직인다. 사진 제공 소니픽쳐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개발된 방법이 ‘근적외선’ 방식이다. 고려대 생체의공학과 김법민 교수는 “초소형 발광다이오드(LED)로 근적외선을 뇌에 쪼여 특정 부위가 소모하는 산소량을 측정하면 BMI 장비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뇌가 왕성하게 활동하면 뇌에 혈액이 몰리게 된다. 혈액에는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은 다른 물질보다 빛을 많이 흡수한다. 따라서 에너지가 비교적 약한 근적외선이 이 성분에 부딪히면 에너지를 잃게 되고, 이를 측정하면 해당 부위가 얼마나 활동하는지 알 수 있다. 김 교수는 “LED 근적외선 장치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비와 달리 안경 크기로 축소할 수 있다”며 “근적외선 장비를 이용해 동물이 생각으로 기계를 조작하게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근적외선 BMI 장비는 오래 사용하기 어렵다. 또 뇌의 신경세포는 1000분의 1초 단위로 활동하기 때문에 거의 실시간으로 뇌 활동을 측정해야 한다. 뇌가 소모한 산소는 1분 이상 흔적으로 남기 때문에 잡음이 섞일 확률도 높다. 김 교수는 “뇌파 측정 기술과 근적외선을 이용한 기술을 혼용하면 서로 보완할 수 있다”며 “지금도 70∼80% 가까운 정확도로 제어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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