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리에서 보행보조기에 의지해 걷는 노인들을 종종 보게 된다. 퇴행성 요추 질환인 ‘퇴행성 요부후만증’ 때문에 척추가 굽은 할머니들이다. 퇴행성 요부후만증은 40대 이상,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또 쪼그리고 앉아서 일하는 ‘좌식(坐式)문화’가 보편화된 동양권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퇴행성 요부후만증을 진단할 때는 ‘4대 주요 증상’을 기준으로 한다. 첫째 증상은 척추가 굽어 뭔가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균형을 잡고 걸을 수 없는 것이다. 둘째 증상은 몸이 앞으로 굽는 것을 막기 위해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어깨를 뒤로 빼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걸음걸이가 상당히 불안해 보인다. 셋째 증상은 무게중심이 앞에 있어 계단이나 오르막길을 오를 때 불편하다는 것이다. 넷째 증상은 물건을 들기 힘들다는 것. 주방 일을 할 때도 몸이 앞으로 쏠려 팔꿈치를 싱크대에 걸치고 해야 한다. 이 네 가지 주요 증상들은 모두 허리통증을 동반한다.
척추전문 병원인 강북21세기병원의 김재학 원장은 “4대 증상 가운데 3가지 이상의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면 방치하지 말고 전문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원장은 척추질환 가운데서도 퇴행성 요부후만증 치료의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그는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전임의를 거쳐 21세기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김 원장은 9월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의 23차 정기학술대회에서 ‘퇴행성 요부후만증 교정에 유용한 수술법’을 주제로 발표하기도 했다.
퇴행성 요부후만증 초기에는 허리근력 강화운동 같은 물리치료와 보조기요법 등으로 치료를 할 수 있다. 척추의 근육과 인대 등을 강화시켜 허리뼈가 굽어지는 진행정도를 늦추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가 이런 비수술적인 방법을 쓸 시기를 놓쳐버린다. 초기 증상을 노화로 인해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으로 여기며 방치하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초기 치료시기를 놓쳤다면 수술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하다”면서 “이 질환에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평가받는 수술법은 나사못을 척추 뼈에 연결하는 ‘나사못고정술’”이라고 말했다.
이 수술은 자기공명영상(MRI) 진단 후 굽은 척추부위를 바로 잡아 나사못으로 고정시키는 방법. 굽어진 정도에 따라 수술로 고정하는 부위를 확대·축소한다. 굽어진 부분의 위치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수술 후에는 허리 운동을 할 때 뻣뻣한 느낌이 남을 수 있다. 약간의 운동장애가 생기는 것.
김 원장은 “이 수술을 택하는 환자들은 ‘하늘을 보며 걷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할 정도로 굽어진 등에 대한 불편함을 크게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허리 운동 시 뻣뻣함이 남을 수 있지만 수술 후에는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생활할 수 있어 노인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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