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오프블로그/사람들]“게임통해 기아 등 사회문제 함께 고민”

  • 입력 2009년 10월 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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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통해 기아 등 사회문제 함께 고민
지루할 것 같다고요? 직접 해보세요”
■ 유엔 등과 손잡고 기능성게임 기획 美 비영리단체 ‘G4C’ 시거먼 대표

지난해 말 엔씨소프트가 내놓은 게임 ‘푸드 포스(Food Force)’는 인도양 내 가공의 섬 ‘셰일란’에서 굶주리는 주민들에게 식량을 전달하는 내용의 전략 게임이다. 2007년 세계식량계획(WFP)이 만들어 미국 프랑스 일본 등 각국에 소개한 이 게임은 단순히 즐기기 위한 게임이 아니다. 전쟁과 기아가 인류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이 담긴 ‘기능성 게임’이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게임으로 불리는 ‘기능성 게임’은 이렇듯 게임 속에 사회적 이슈를 녹이는 게 특징이다. 이를 주도하는 곳은 미국 뉴욕의 게임 비영리단체 ‘G4C(Game 4 Change)’. 이 단체는 교육이나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한 게임들을 기획하고 있다. 유엔, 마이크로소프트(MS), MTV 등과 함께 기능성 게임을 개발 중이며 지금까지 내놓은 기능성 게임은 70여 개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유엔환경계획(UNEP) 한국위원회와 함께 5억 원을 들여 환경교육 기능성 게임을 개발 중이다. 지난달 말 국내에선 처음으로 ‘기능성 게임 페스티벌’이 경기 성남시에서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수전 시거먼 G4C 대표(47·사진)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기능성 게임의 어머니’로 불린다.

―기능성 게임을 개발하지만 한 번쯤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도 해봤을 텐데….

“여덟 살 딸이 하는 ‘슈퍼마리오’ ‘포켓몬스터’는 해도 그런 폭력적인 게임은 절대 안 한다. 안 그래도 우리 사회가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는데…. 사회 변화를 위해서라도 게임의 순기능을 부각하고 싶다.”

―게임에 결정적 요소는 ‘재미’ 아닐까. 기능성 게임은 다소 지루하다는 선입견이 있다.

“물론 공익성에만 치중할 필요는 없지만 지나치게 재미에 집착할 이유도 없다. 어차피 모든 게임은 단계를 높이는 과정에서 무언가를 배워가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타깃’층이 어딘지 고려해야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고, 흥밋거리도 발견할 수 있다. 그래도 기능성 게임에 대한 시각이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뭐가 달라졌나.

“17년 전 나는 백인 우월주의, 사회주의의 허상 등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영화 제작자였다. 우연히 한 팬으로부터 미국 정치와 관련된 게임을 소개 받고는 내가 다루는 주제들을 게임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제작사, 투자자는 재미와 수익만 따지면서 등을 돌렸다. 그러던 게 2000년대 들어 다양한 게임들이 나타났고, 기능성 게임도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G4C 한국 지부가 자생적으로 생긴 것도 이런 변화의 예다.”

기능성 게임에 관심이 많은 대성그룹의 김영훈 회장이 2년 전 설립한 한국 지부는 남북통일을 주제로 한 ‘한국형 기능성 게임’을 검토 중이다. 시거먼 대표도 한국에서의 기능성 게임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22년간 ‘뉴스위크’ 기자였던 남편이 얼마 전부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스카우트돼 ‘대언론 팀장’으로 활동 중이다. 반 총장은 내게 한국에 대한 얘기들을 해주곤 하는데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얘기를 자주 한다. 온라인 게임 시장이 발달한 한국은 분명 차세대 기능성 게임의 대표 국가가 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왠지 앞으로 한국에 자주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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