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척추질환, 10년 전과 이렇게 달라졌다

  • 입력 2009년 9월 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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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전문 21세기병원 최근 10년 통계… 목 디스크 환자는 늘고, 수술 재발률은 낮아져

#장면 1 주부 김희순 씨(57)는 아직도 10년 전 기억을 떠올리면 우울하다. 김 씨는 당시 평소 앓던 허리디스크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허리디스크가 심해 즉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결과가 나왔다.

전신마취를 하고 허리를 길게 절개해 디스크를 제거하는 수술이 이뤄졌다. 김 씨가 병원에 입원한 기간은 일주일. 허리에는 보기 싫은 흉터가 남았다. 재활치료도 물리치료가 전부였다. 수술을 받은 뒤 김 씨가 편안하게 허리를 쓰기까지는 6개월이 넘게 걸렸다. 수술을 받았지만 재발한 것처럼 허리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장면 2 2009년 초 주부 이혜옥 씨(59)는 허리 통증이 심해져 척추전문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허리디스크가 많이 진행돼 빨리 수술을 받는 편이 좋다고 진단했다.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돌출된 디스크 부위를 정확히 찾아낸 다음 수술이 이뤄졌다.

수술은 절개를 하지 않고 손상 부위에 작은 구멍을 뚫은 뒤 그 안으로 내시경을 삽입하는 방식이었다. 전신마취가 아닌 부분마취로 진행돼 수술 도중 이 씨는 의사와 이야기도 나눴다. 흉터가 거의 없었고 입원기간도 3일에 불과했다. 퇴원할 때는 혼자 걷는 것도 가능했다.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이 씨는 등산을 다닐 만큼 건강해졌다.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허리디스크 수술법은 많이 발전했다. 지금은 내시경과 미세현미경 등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이 주로 사용된다. 이런 수술법은 1∼3cm 정도로 작게 절개하거나 작은 구멍만을 뚫은 뒤 수술이 진행된다. 출혈이 적고 흉터가 거의 없으며 주변 조직의 손상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과거에 비해 진단도 훨씬 정확해졌다.

척추관절전문 21세기병원은 10년 전부터 최소침습수술을 이용해 환자들을 치료했다. 이 병원의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10년 전과 현재의 척추질환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펴봤다.

○ 달라진 척추질환 진단법, 수술법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수술법과 진단법이다. 과거에는 전통적인 절개수술 환자들이 많았다. 대학병원들은 많은 경우 전통적인 절개술을 고집했고, 일부 전문병원만이 최소침습수술을 이용했다.

허리디스크 수술을 약 2만6000건 집도한 21세기병원의 성경훈 대표원장은 “10년 전만 해도 최소침습수술에 회의적인 의사들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현재는 이 수술법의 장점과 안전성이 알려지면서 보편화된 수술법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MRI 진단도 많이 발전했다. 원외측협착증과 신경공협착증 등은 신경근이 빠져나가는 통로가 좁아지면서 신경이 압박받고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들 질환이 최근 많이 알려진 것은 진단법의 발달 덕분이다.

원외측협착증과 신경공협착증은 눈에 잘 띄는 신경줄기가 아닌 신경가지나 신경말단에서 협착이 나타나 진단이 어려웠다. 그러나 MRI를 이용해 단면뿐 아니라 측면에서도 촬영이 가능해지면서 통증 부위를 못 찍는 일이 줄어들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의 충분한 임상경험. 환자의 증상과 영상의 연관성을 찾아 진단을 내리는 것은 의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 목 디스크 환자 대폭 늘어

신체에서 목뼈인 경추는 근육과 인대가 적어 퇴행성 변화에 매우 민감한 부위. 그래서 목 디스크는 노인성 질환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만성 스트레스와 장시간 사무, 운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10년 전과 비교해 목 디스크 환자들은 대폭 늘었다. 1999년 이 병원의 목 디스크 수술 건수는 120여 건이었으나, 2007년에는 200여 건으로 무려 70% 증가했다.

목 디스크는 목덜미 자체가 아프기보다는 두통이나 어깨 결림 등 다른 부위의 통증이 먼저 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병의 진행에 따라 팔에도 통증이 나타나거나 팔을 들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목 디스크 질환이 증가한 이유는 사람들의 올바르지 못한 자세 때문이다. 컴퓨터 사용 시간이 길어지면서 앉아있는 자세가 흐트러지고 목을 앞으로 빼거나 숙이는 일이 많아졌다. 이런 자세를 오랜 시간 지속하면 목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목 디스크는 초기에 발견하면 간단한 자세교정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낮은 베개를 베고 일상생활 틈틈이 목 근육을 풀어주는 등 강화운동을 하면 도움이 된다. 자세 교정 후에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등을 통해 통증을 완화시키거나 질환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그러나 운동장애나 신경마비 증상까지 나타났다면 정확한 검사 후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수술 시기를 놓치면 수술 후에도 후유증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

성연상 병원장은 “목 디스크는 항상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면서 “만약 통증이 2∼3주 이상 지속되면 통증을 견디기보다는 병원을 방문해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30대 이하 젊은 환자들은 감소 추세

30대 이하 척추수술 환자들이 점차 줄어드는 점도 10년 전과 달라진 점이다. 성 대표원장은 보존적 치료방법의 발달을 이유로 꼽았다.

선택적 신경차단(FIMS) 요법은 신경이나 혈관이 손상되지 않도록 고안된 특수바늘을 이용해 척추관 외부에서 디스크와 협착을 치료하는 비수술적 방법. 이외에도 통증클리닉 같은 보존 치료를 통해 심하지 않은 증상은 수술 없이도 치료가 가능해졌다. 또 환자가 통증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주는 메덱스 치료법 등이 개발돼 보존 치료뿐 아니라 재활 치료에도 이용된다.

그 밖에 디스크 수술 후 재발률도 대폭 낮아졌다. 아직까지도 의학서적에서 디스크 수술 후 재발률은 5∼15%로 알려져 있다.

이 병원의 이규석 의무원장은 “우리 병원의 재발률은 1∼2% 정도”라면서 “이는 내시경과 미세현미경을 이용한 수술이 활발해지면서 깊숙한 부위의 디스크도 제거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60대 이상 고령 환자들은 증가 추세

21세기병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1999년 전체 수술환자의 평균연령은 48세, 2009년에는 53세로 나타났다.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것은 그만큼 노인환자가 늘었음을 의미한다. 또 60대 이상 환자들의 수술 건수도 2003년 1200여 건에서 2008년 1400여 건으로 증가했다.

여기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여성 환자들의 비율이 높다는 것. 여성이 남성에 비해 평균 수명이 긴 것을 원인으로 본다.

성 대표원장은 “고령 환자들의 수술 증가는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노인 환자들의 적극적인 치료 자세를 대변한다”면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고령 인구의 수술 빈도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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