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회사가 첨단 IT회사로 변신

  • 입력 2009년 9월 1일 20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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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 홍채 등 생체정보를 통한 개인 식별, 영상 이미지 분석, 무선통신 기술….'

경비업체인 에스원의 서울 중구 순화동 기술연구소에서는 웬만한 정보기술(IT) 기업 못지 않은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150여 명의 연구원 가운데 40%가량이 IT업체 출신이다. 에스원은 이 연구소와는 별도로 올 3월 러시아에 무선통신, 감지기(센서) 기술을 연구하는 분소도 설치했다.

이 회사가 IT 연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경비 서비스가 IT와 결합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집약에서 기술집약 산업으로 진화

과거 경비 서비스는 주택이나 사무실에 센서를 설치해 놓고 침입이 감지되면 현장요원이 출동해 대응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양방향 인터넷 망이 고화질의 영상감지기(CCTV카메라)와 결합되면서 형태가 달라졌다. 이제는 영상감지기, 마이크, 스피커로 현장에 직접 대응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예를 들어 빈 사무실에 강도가 침입하면 보안업체의 관제센터는 영상감지기를 통해 현장의 모습을 직접 확인한 뒤 경고조명을 비추거나 "빨간 모자 쓴 사람, 경비 시스템에 적발됐으니 빨리 나가시오"라고 방송해 ¤아낸다.

에스원은 올 4월 이와 같은 내용의 '세콤 브이(SECOM V)'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홍건 에스원 홍보팀 차장은 "이상이 발견되면 요원이 출동한다는 점에서는 기존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출동 전 현장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므로 쥐가 센서를 건드리는 경우 등을 구별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에스원은 주택이나 사무실에 설치한 센서를 통해 주요 침입경로, 빈집털이가 많이 일어나는 시기 등의 행동습관을 분석하기도 한다. 이에 맞춰 순찰계획을 짜는 등 범죄 예방 자료로 활용한다. 보안과 IT의 결합은 출동현장의 우선순위를 정해주고 상황을 오인해 출동하는 일을 줄여 비용절감 효과도 있다. 에스원에 따르면 이와 같은 영상 보안 시장은 2008년 7000억 원에서 2011년 1조 원 규모로 성장하는 추세다.

김진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비산업의 속성은 출동요원 중심의 노동집약 산업에서 IT 중심의 기술집약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업체들이 무인화 기술을 개발하며 출입통제장비, 디지털 감시장비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빌딩관리 등으로 서비스 영역 넓어져

경비 업체들은 또 보안에만 머물지 않고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에스원은 방범, 방재는 물론 출입통제, 주차관리, 설비관리를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를 올 6월 내놓았다. 이 회사는 앞으로 서비스 범위를 홈 네트워크, 재택 건강관리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미국계 경비 업체인 ADT캡스는 가입자가 장기간 집을 비울 경우 애완동물 먹이를 주고 우편물을 수거해 주는 생활 전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 경비 업체인 세콤은 이미 보안 외에 재택의료, 손해보험, 위치정보 확인, 빌딩관리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혔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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