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IT기술로 장애인 삶의 질 ‘UP’

  • 입력 2009년 8월 22일 02시 58분


‘한국판 스티븐 호킹’ 이상묵 교수처럼…
로봇 옷-음성워드-전기차 개발
보조기기 시장 초석 다져
고령화시대 노약자도 지원

한 전신마비 교수의 장애 극복경험과 세계적인 한국 정보기술(IT)이 만나 장애인을 위한 중장기 정책을 마련한다.

지식경제부는 내년부터 ‘복지연계형 QoLT(Quality of Life Technology) 사업’을 처음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이를 위해 QoLT 4개년 로드맵을 최근 마련했다. 로드맵이 정책으로 최종 확정되면 사업시행자를 결정해 내년부터 매년 2개 이상의 장애인용 첨단 보조기기 상품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로드맵은 전신마비 장애를 극복하고 강단으로 돌아와 ‘한국판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를 중심으로 40여 명의 전문가가 마련했다.

QoLT는 ‘삶의 질을 위한 기술’의 줄임말로, 장애인과 노약자 등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기술을 중점적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QoLT 로드맵은 장애인 정책을 산업적 측면에서 연구개발(R&D) 단계부터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 기술은 장애인은 물론이고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노약자용 기기 개발에도 활용된다.

○ 장애인의 최첨단 손발 보급

지경부 용역 보고서인 ‘복지연계형 QoLT 기술개발 기획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하드웨어의 경우 장애인이 불편한 신체 부위에 옷처럼 입을 수 있는 로봇의 기술개발을 2013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2011년까지는 기술개발 1단계로 시험기간을 거쳐 로봇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한다. 2013년까지로 예정된 2단계에서는 시험 후 당장 상품으로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낼 예정이다. 움직이기 힘든 장애인은 물론이고 노약자들도 많이 사용하는 ‘경차급 전기자동차’도 2013년까지 기술개발을 끝낼 계획이다.

하드웨어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장애인용 인프라를 두루 갖춘 ‘스마트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것이다. 작게는 각종 문턱, 계단 등을 이동이 편리하게 바꾸는 작업에서부터 도심에서 장애인 본인의 위치를 알려주는 프로그램 설치까지 다양하다.

소프트웨어 로드맵에서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 말로 문서를 작성할 수 있는 ‘음성 워드 프로세서’가 제작된다. 지체 장애인들이 손이나 발을 쓰지 않고도 말로 편지를 쓰고 책을 집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음성을 문자로 전환하는 ‘음성 워드프로세서용 데이터베이스’가 2013년 50만 단어급으로 마련된다. 장기적으로 2019년까지는 200만 단어급으로 구축될 예정이다.

○ “장애인은 IT 교육을 원한다”

QoLT 휴먼웨어 로드맵은 제2의 스티븐 호킹을 길러내는 장애인 대상 IT 교육 계획을 담았다. 종전 일자리 확보 수준의 IT 교육에서 앞으로는 ‘이공계 브레인’을 키울 정도의 분야별 IT 전문교육에 나서겠다는 것. 이 교수는 “내가 장애를 딛고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교수라는 직업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장애인에게도 고급 일자리를 가질 기회가 주어진다면 삶의 동기나 목적도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11년 장애인 IT 전문가 개발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실시한 뒤 2013년까지 장애인 대상 e러닝 교육 분야도 세분할 예정이다. 장애인에게 직업 체험교육 기회를 주는 인턴십, 비장애인과의 멘터링도 마련할 계획이다.

실제로 IT 교육에 대한 장애인들의 열의가 높았다. 전국 17개 대학 324명의 장애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86%가량이 “전문적인 컴퓨터, IT 교육이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 고령화 시대의 QoLT

QoLT 사업은 노약자용 보조기기 시장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 보조기기 시장은 수입 제품에 의존하고 있지만 향후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국내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중국, 동남아시아 등 가까운 개발도상국으로 수출할 수도 있다. 이익섭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은 IT 수준이 뛰어난 만큼 장애인 관련 보조기기 기술의 발전 가능성도 클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R&D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음성합성기 제조업체인 보이스웨어 관계자도 “장애인용 기기 시장은 아직 사업성이 나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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