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硏 인턴 매년 200명씩 뽑겠다”

  • 입력 2009년 8월 21일 02시 58분


기초기술연구회 민동필 이사장
도전적 연구 환경 만들어
노벨상 수상자 배출할 것

“이번 나로호 발사 연기는 문지방을 넘기 위해 겪어야 할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틀리면서 배워야 제대로 배워요. 연구원들이 이번 일로 더 큰 격려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26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사진)은 갑작스러운 나로호 발사 연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민 이사장은 “기초과학이 발전하려면 당장의 결과에 조급해 하지 말고 기다리면서 신뢰를 보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민 이사장은 발사 예정일이던 19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다녀왔다. 기초기술연구회는 나로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 13개를 지원하고 평가하는 조직으로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과학자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게 있어요. 죽을 만큼 연구해 봤나요? 요즘 과학자들 중에는 남과 비교하는 사람이 많아요. 이번에 세계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양용은 선수처럼 자신의 연구에 죽을 듯이 집중해야 해요.”

민 이사장에게 지난 1년 동안의 활동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게 뭐냐고 묻자 “맞춤형 인턴제”라고 답했다. 기초연구회는 지난해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맞아 1500명의 이공계 인턴을 뽑아 출연연에서 교육시켰다. 이들은 인턴기간이 끝나면 원래 뽑았던 기업으로 돌아간다.

“앞으로도 이공계 인재 양성을 통해 출연연 인턴을 매년 200명 규모로 뽑을 계획입니다. 절반은 정보기술 인력으로, 절반은 지금처럼 기업과 함께 운영하는 맞춤형 인턴으로 뽑을 겁니다. 이들이 출연연에서 얻은 기술을 기업에서 사업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거예요.”

민 이사장은 인터뷰 종종 ‘매력’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한국의 출연연이 과학자, 특히 젊은 과학도들에게 매력적인 장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 이사장은 “앞으로 출연연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며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출연연의 연구원들이 한 연구과제에만 집중하거나 위험한 연구에 도전할 수 있도록 연구 환경을 바꿔 나갈 계획이다. 젊은 과학자를 지원하는 ‘영 사이언티스트 펠로십’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그는 “일본이나 미국 등은 요즘 젊은 과학자들에게 ‘묻지 마’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주창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도 국내외 과학자들에게 매력적인 연구 환경을 만들겠다는 목표에서 나왔다. 그는 “일본 등이 비슷한 아이디어를 우리보다 앞서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늦어지고 있는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민 이사장의 다른 목표는 출연연의 사명을 바꾸는 것이다. 출연연은 이제 국가와 국민이 필요한 과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회가 지난해 시작한 것이 국가 어젠다 프로젝트(NAP)다. ‘조류 인플루엔자(AI) 등 유행성 질병 치료’를 비롯해 지난해만 5개의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대학, 출연연 등이 벽을 허물고 특정 주제로 공동 연구집단을 만들면 그곳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이 NAP다. 민 이사장은 “가장 심혈을 기울인 프로젝트”라며 “출연연이 NAP를 통해 원천기술을 실용화하는 등 국가경쟁력의 기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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