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만성통증, 참지말고 통증치료제 처방 받으세요

  • 입력 2009년 8월 19일 02시 55분


《대부분의 질병은 병이 진행되면서 통증이 수반된다. 통증은 ‘화재경보기’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이 경보기가 멈추지 않고 평생 동안 울린다면 어떨까. 현재 국내 성인의 약 10%인 250만 명이 이처럼 평생 계속되는 만성통증을 경험하며 살고 있다.》

성인의 10% 평생 경험… 민간요법 사용하다 악화시키는 경우 많아

김찬 아주대병원 통증의학과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통증을 줄이기 위해 민간요법을 사용하다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다”며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통증치료제를 처방 받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원인 모를 통증 ‘섬유근통증후군’

만성통증 중에서 전신통증의 대표적인 질환이 섬유근통증후군이다. 국내에 병명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생소한 질환인 섬유근통증후군은 특별한 외부 자극이 없는데도 어깨 발목 무릎 팔목 팔꿈치 등 몸 이곳저곳이 아프고 힘든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고되고 피곤함을 느끼는 병이다.

그러나 병원에 가면 각종 검사를 해도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특별한 질환으로 진단받지 못한다. ‘원인 모를 통증’이라는 점에서 가장 괴로운 통증질환이다. 아직 공식통계는 없지만 전체 인구의 0.5∼5%가 섬유근통증후군 환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30∼55세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섬유근통증후군 환자의 약 95% 이상이 온몸이 쑤시고 아픈 증상을 느낀다. 섬유근통증후군 환자는 몸의 18군데의 통점(오른쪽 그림 참조)이 정상인에 비해 민감하다. 18군데의 통점을 눌렀을 때 11군데 이상에서 통증이 느껴진다면 섬유근통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통증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하거나 항우울제 수면제를 복용해 수면을 도와주는 약물 치료가 대부분이다. 최근 섬유근통증후군 치료제인 한국화이자의 ‘리리카(항경련제)’가 개발돼 근본적인 통증완화 약물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다.

섬유근통증후군은 치료뿐만 아니라 적절한 운동과 심리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운동을 할 때는 처음부터 무리하게 하기보다는 점차 늘려 나간다. 운동 시작 초기에는 증상의 악화가 느껴질 수 있으나 이를 참고 계속하는 것이 좋다. 6개월 후에 운동량을 20% 증가시키고 최대 맥박수의 80% 정도가 최소한 20분 동안 유지되도록 한다.

○ 참을 수 없는 통증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외상 후 특정 부위에 만성적으로 극심한 통증이 계속되는 것이다. 통증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의사들조차도 이 질환 치료를 어려워한다.

원인 규명이 어려운 데다 환자의 고통도 저마다 달라 명확한 진단방법이 아직 없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진단 받는 평균 나이는 약 42세지만 어느 나이에서나 생길 수 있다.

주로 손, 손목, 무릎, 발목, 발 같은 사지에 잘 생긴다. 팔에 44∼61%, 다리에 39∼51% 정도로 생긴다. 사고로 인해 외상이 치유될 쯤부터 통증이 생긴다. 즉 손이나 발을 삐거나 절단한 후, 수술을 받은 후, 동상이나 화상 후, 가벼운 외상을 입은 후에 종종 발생한다.

신체적인 상처는 거의 아물지만 느끼는 통증이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가끔씩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오는가 하면 옷깃이나 종이만 스쳐도 심한 통증이 온다. 게다가 통증을 조절하려면 마약성 진통제를 장기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고질적인 부작용인 변비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발매된 패치형 마약성 진통제인 한국얀센의 ‘듀로제식 디트랜스’는 변비 부작용을 줄여준다.

마약성 진통제를 중심으로 한 약물요법, 교감신경, 척수신경근 차단 등 신경블록요법, 척수신경자극기 삽입술 등의 치료법이 있다. 진단이 내려지면 물리치료를 반드시 시작해야 한다.

김 교수는 “많은 치료법이 있지만 환자의 경우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안전과 효과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당뇨 환자가 고질적으로 앓고 있는 만성 합병증이다. 당뇨환자 사이에서조차도 이 병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은 편이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말초신경, 특히 발과 발가락의 신경이 손상되는 과정에서 따끔거리거나 화끈거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전기충격이 오듯 찌릿찌릿한 느낌의 통증이 생긴다. 이 병은 밤에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더 큰 문제는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는 환자도 25%에 달한다는 점이다. 먹먹함, 무감각, 마비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스스로 질환을 깨닫기가 쉽지 않다.

운동신경, 말초감각신경, 자율신경까지 손상을 입힐 수 있는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혈당 관리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나 다른 합병증이 없는 사람에게서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합병증인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당뇨 환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족부 절단 원인의 50∼75%가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다. 한국릴리와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심발타(항우울제)’ 한국화이자의 ‘리리카(항경련제)’ 등으로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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