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마무리 말복, 삼계탕과 생맥차로 속 덥히세요

  • 입력 2009년 8월 7일 09시 34분


“찜통더위가 한창인데, 벌써 입추라고?”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시내가 한산한 지금, 어느새 입추(7일)다.

‘입추’는 여름이 한풀 꺾여 가을에 들어설 때가 되었다는 의미다. 많은 사람들이 삼복더위라 하면 더위가 한창일 때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가을의 초입인 입추는 말복(8월 13일)보다 약 1주 가량 앞서 있다.

이러한 절기의 배치는 무슨 의미일까? 가을, 겨울의 건강은 ‘여름 늦더위를 얼마나 잘 마무리 하는가’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여름 더위가 다 마무리되기 전에 우리 조상들은 미리 가을 준비를 했던 것이다.

여름에는 어느 정도 덥게 지내면서 속의 기를 데워 밖으로 뻗치게 해야 한다. 몸속 기가 나와 천지의 기와 소통해야만 가을에 새로운 기가 몸속으로 들어가 단단한 정기를 만드는 것이다. 정기란 모든 질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근원적인 힘으로, 이 정기가 튼실하게 쌓여야 다가올 계절의 변화에도 잘 적응하여 환절기 감기를 이길 수 있다.

그러나 여름에 에어컨이나 선풍기로 겉을 너무 식히면 안에 있는 기가 밖으로 완전히 나오지 못하고 안에서 병들고 만다. 이로 인해 몸속으로 들어가 쌓이는 기도 허약하게 바뀌어 정기가 단단하게 쌓일 수 없다. 정기가 약하면 아이들 몸도 약해져 설사나 감기에 쉽게 걸릴 수 있다. ‘꽃이 활짝 피어야 단단하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말은 여름에 한껏 기운을 펼쳐 밖과 소통해야 가을에 정미로운 기(정기精氣)가 모이고 건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입추 즈음부터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커지며, 건조하고 서늘한 바람이 분다. 우리 몸은 여름내 땀을 통해 열기를 배출함으로써 속이 더 이상 뜨거워지지 않도록 하는데, 입추가 지나면서부터는 서서히 서늘한 기운이 쌓이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입추가 지나면 ‘아직은 한 여름’라는 생각은 접는 것이 좋다. 여름 열기가 다 가시지 않았다고 해서 한여름처럼 빙과류 등 찬 음식을 많이 먹으면 장 기능이 손상되어 설사나 복통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수분과 진액이 부족해져서 피부가 건조하고 거칠어진다.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고 지내면 코 점막 등 호흡기 계통이 건조해져 감기를 일으킬 수 있다.

몸속으로 들어온 기운을 잘 갈무리해서 환절기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여름동안 냉해진 속(소화기)을 데우고 열기가 올라온 피부와 폐를 잘 식혀주어야 한다.

속을 데우는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삼계탕이다. 소화기를 도와주는 인삼이나 황기, 대추 등은 삼계탕에 굳이 넣지 않고 약차로 달여 마셔도 좋다. 여름 더위에 지치고 늘어진 맥을 살리는 생맥차도 권할 만하다. 열기로 인해 메마른 호흡기를 촉촉하게 적시는 오미자와 맥문동, 인삼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그야말로 보약과 같은 차이다.

제철 과일을 먹는 것도 여름을 잘 마무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막바지 더위를 달래는데 오미자 국물로 맛을 낸 수박화채만한 것이 없다. 땀으로 빠져나간 진액을 보충해 주는 포도도 가을 초입에 먹으면 좋은 과일이다.

한낮 더위를 피해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하는 것도 좋다. 집 주위 뒷동산이나 공원에서 산책을 하며 자연을 자주 접하면 몸이 계절 변화에 잘 순응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은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바깥 놀이가 쉽지 않으므로, 날씨가 좋은 날에는 반드시 자주 바깥나들이를 하자.

글_ 김정신 [서대문 함소아(함소아)한의원 대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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