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팥빙수 유혹에 혈당관리 ‘와르르’

  • 입력 2009년 7월 20일 02시 56분


《# 20년째 당뇨를 앓고 있는 황정분 씨(80·여·서울 종로구)는 병원 주치의도 놀랄 정도로 ‘관리’를 잘한다.

다리운동을 하루도 빠짐없이 하고, 식사량과 식단도 매일 꼼꼼하게 조절한다.

그러던 황 할머니도 최근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팥빙수를 시켜 국물까지 마셔버렸다.

황 할머니는 혈당을 100mg/dL 수준에서 잘 유지해 왔다.

평소 혈당을 잘 관리한 터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곧 눈이 침침해지고 다리가 저리기 시작했다. 결국 황 할머니는 병원을 찾았다.

혈당이 160mg/dL까지 치솟았다.

의사는 입원을 한 뒤 이틀간 혈당 관리를 할 것을 제안했다.

황 할머니는 입원이 내키지 않아 식사조절을 할 것을 철석같이 약속하고 병원 문을 나섰다.

황 할머니는 “평상시에는 유혹을 잘 참아냈는데 너무 덥다 보니 아삭한 팥빙수 생각이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결국 먹고 말았다”며 후회했다. 》

당뇨환자의 여름나기

월부터 서울은 사상 최고의 무더위를 기록할 정도로 올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울 것으로 보인다. 비(非)당뇨병 환자도 이런 무더위를 이겨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들에 비하면 비당뇨병 환자의 여름 나기는 힘들다고 할 수도 없다. 혈당 관리를 해야 하는 당뇨병 환자들은 몸이 힘들다고 해서 운동을 게을리할 수도 없다. 덥다고 청량음료를 벌컥벌컥 들이켤 수도 없고, 시원한 수박을 서너 조각씩 먹을 수도 없다. 자칫 ‘위험한 계절’이 될 수 있는 여름, 당뇨병 환자의 수칙을 정리해 본다.

○ 물 많이 마시고 청량음료 절대금지

여름에는 소변을 보지 않더라도 땀을 통해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탈수 위험이 크다. 당뇨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도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지만 당뇨병 환자는 반드시 물을 많이, 자주 마셔야 한다.

일부에서는 당뇨병 환자가 물을 많이 마실 경우 당뇨 증상이 심해진다고 생각해 일부러 물을 덜 마시기도 한다. 그러나 탈수로 인한 부작용이 훨씬 심각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들은 수분이 부족하면 혈당이 급속하게 치솟을 수 있다. 심하면 쇼크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보리차, 녹차, 결명자차처럼 열량이 낮은 음료수가 좋다. 청량음료는 당분이 많아 혈당조절을 어렵게 하므로 절대 마시지 말아야 한다. 스포츠 음료나 무가당 주스는 덜 달게 느껴지지만 열량이 60∼80Cal나 되므로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 참기름 없는 비빔밥-토마토는 OK

당뇨병 환자의 가장 큰 불만은 음식을 자유롭게 먹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조리된 음식을 먹느냐에 달려 있다.

비빔밥은 여름철 당뇨병 환자들이 먹기에 가장 좋은 음식이다. 여러 가지 제철 나물과 밥이 어우러지기 때문에 영양 면에서도 좋다. 단, 참기름은 빼야 한다. 참기름은 큰 수저로 한 숟가락만 넣어도 50Cal가 추가된다. 다른 음식을 조리할 때도 참기름은 빼고, 식초나 고추장 된장과 같은 장류로 간을 맞추도록 한다. 곡류로 만든 냉면이나 메밀국수도 혈당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더울 때 수박 한 조각은 군침거리다. 그러나 수박 한 조각의 열량은 밥 반 공기(150Cal 내외)와 같다. 거봉 포도 9알(일반 포도 11알)도 수박 한 조각과 열량이 비슷하다. 큰 토마토는 40Cal 정도로, 큰 것 2개를 먹어도 열량이 80Cal에 불과하다. 토마토는 맘껏 먹어도 열량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 또 체중과 활동량을 알면 제한된 범위에서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그래픽 참고

○ 운동은 짧게, 발 상처는 꼼꼼히 감시를

여름철 운동은 1시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더위에 야외운동을 오래하면 탈수에 빠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운동은 선선한 아침시간에 하고, 배가 고프면 운동 직전에 간단한 간식을 먹도록 한다.

당뇨병 환자는 면역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균이 잘 번식해 무좀과 습진에 잘 걸린다. 혈액순환도 잘 안돼 통증을 느끼지 못하다가 상처가 심해진 뒤에야 대처하기도 한다. 이 경우 심하면 발을 절단해야 할 때도 있다.

따라서 매일 발 상처를 확인해야 한다. 또 맨발이나 슬리퍼 차림으로 바깥을 돌아다니는 것도 삼가야 한다. 면 양말을 신고, 티눈이나 굳은살이 심하면 혼자서 면도칼로 제거하지 말고 의사와 상의하는 게 좋다.

(도움말=김선우 안산중앙병원 내과 과장)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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