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장마’ 왜?

  • 입력 2009년 7월 17일 02시 55분


‘물폭탄 장맛비’가 내린 12일 서울 반포 한강둔치와 공원이 빗물에 완전히 잠겼다. 한강공원 강변자전거도로 등 저지대가 침수돼 제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전영한 기자
‘물폭탄 장맛비’가 내린 12일 서울 반포 한강둔치와 공원이 빗물에 완전히 잠겼다. 한강공원 강변자전거도로 등 저지대가 침수돼 제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전영한 기자
《최근 ‘물폭탄 장마’가 전국을 휩쓸었다.

장마전선이 다시 북상하고 있어 주말엔 또 한번의 물난리가 예상된다.

장마 초기에 장대비가 내릴 수는 있지만 점차 강수량이 줄게 마련이다.

하지만 올해는 장마전선이 오르내리며 지역만 바뀔 뿐 비의 양은 줄지 않고 있다.

수증기가 계속 장마전선에 유입됐다는 의미다.

과연 이번 ‘물폭탄 장마’의 원인은 무엇일까.》

“中남부 상륙한 태풍 수증기
엘니뇨 영향 한반도로 유입”

“지구온난화 인한 바다 증발
대량 수분 만들어 폭우쏟아”

○ 지구온난화로 폭우성 장마 심해져

기상청은 이번 폭우성 장마의 엄청난 강수량이 평소보다 강해진 북태평양고기압과 대만 동쪽 해안에서 발생한 초기 열대성저기압(태풍) 때문으로 보고 있다. 먼저 지구온난화로 수증기가 많은 북태평양고기압이 커지며 한반도에 많은 비를 뿌렸다. 특히 13일 중국 남부에 상륙한 태풍이 일반 저기압으로 바뀌면서 많은 양의 수증기를 쏟아냈고 이것이 장마전선에 더해지며 특히 수도권에 폭우를 뿌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남부의 수증기가 어떻게 장마전선에 더해졌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원래 서태평양에서 발생한 수증기는 상승기류를 타고 주변으로 흩어진다. 무엇이 평소의 공기 흐름을 바꿨을까. 일부에선 엘니뇨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기상청 기후예측과 윤원태 과장은 “동태평양에서 엘니뇨 초기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동·서태평양의 온도균형이 깨지면서 공기 순환의 거대한 흐름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엘니뇨 때문에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중국 남부에서 만들어진 대량의 수증기가 장마전선을 타고 한반도까지 유입됐다는 해석이다.

이번과 같은 폭우성 장마가 앞으로 더 심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산대 지구환경시스템학부 하경자 교수는 지난해 기후 분야 국제학술지인 ‘아시아태평양 대기과학학회지’에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폭우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지표가 건조해지고, 바다에선 증발이 매우 심하게 일어난다. 이때 발생한 대량의 수증기가 연안이나 육지에 폭우를 쏟을 수 있다는 것이다.

○ 8월 호우가 더 위험할 수도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변희룡 교수는 “기온이 올라가면 대기에 포함된 수증기의 양도 늘어난다”면서 “반드시 온난화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장마 때 이렇게 많은 비가 오는 것은 분명 지구의 기후시스템이 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대기과학과 안순일 교수는 지난해 1월 미국 기후학회지에 ‘지구온난화에 따른 엘니뇨의 변동메커니즘 규명’이라는 논문에서 “앞으로 엘니뇨가 더 자주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구온난화와 엘니뇨가 맞물려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 변동이 올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일부에서는 앞으로 7월 장마 못지않게 8월의 국지성 호우가 한반도를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경자 교수는 “일반적으로 장마가 있는 7월에 폭우를 많이 우려하지만 1980년을 기준으로 8월 강수량이 늘고 있다”며 “앞으로 장마철인 7월보다 8월에 강수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해안 남해안 지역이 위험할 것으로 추정됐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기상 현상이 워낙 복잡해 올해 현상만 보고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기상청 기후과학국 박정규 국장은 “지구온난화나 엘니뇨의 영향이 없어도 올해 수준의 비는 내릴 수 있다”며 “이번 사례를 포함해 꾸준히 기상 현상을 관찰해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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