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내달 발사 앞두니 아들 장가 보내는 듯 설레”

  • 입력 2009년 6월 12일 03시 03분


나로센터 준공 주역 이주진 항공우주硏 원장

“꿈에서까지 회의를 주재했어요. 피가 바짝바짝 마르는 기분이었습니다.”

11일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 준공식 현장에서 만난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사진)의 얼굴은 한결 밝아졌다. 그는 “몇 년간 표정 없이 딱딱하게 굳어 있던 연구원들의 얼굴에 비로소 웃음이 돌아왔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4월 초 대전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이 원장은 나로우주센터 완공과 7월 말로 예정된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 발사를 앞두고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당초 2005년 말 발사 예정이었던 나로호가 2007년 말에서 2008년 말로, 다시 올해 7월로 세 차례나 일정이 미뤄진 부담감을 이번 우주센터 완공으로 조금이나마 털어버린 눈치다.

한반도 남쪽 외나로도라는 작은 섬에 우주센터를 짓겠다는 결정이 난 게 8년 5개월 전인 2001년 1월이었다. 처음으로 우주센터를 짓는 한국에 매 순간은 넘어야 할 산이었다.

“태풍에도 피해를 보지 않도록 건물 설계를 끝냈더니 2003년 초속 70m에 이르는 사상 초유의 슈퍼 태풍 ‘매미’가 불어 닥치는 바람에 설계도를 다시 뜯어고쳤어요.”

미국의 ‘변심’에 애를 먹기도 했다. 우주센터 시설 중 발사체를 추적하는 레이더와 광학추적장비 등 일부 장비를 미국에서 사오기로 했는데 정작 미 국무부에서 수출 허가가 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추적레이더는 이스라엘, 기상레이더는 덴마크, 광학추적장비는 프랑스 등에서 사오기로 급히 방향을 틀었다. 작년 5월에는 중국의 쓰촨 성 지진으로 중국 현지 공장에서 발사대에 들어가는 고압밸브 납품이 늦어져 연구원들의 애간장을 녹였다.

이 원장은 나로우주센터 건립 과정 중 ‘최고의 순간’을 묻는 질문에 “3월 발사대 성능시험을 완료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들여온 발사대 설계도면을 예산 부족으로 ‘러시아형’에서 ‘한국형’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우리 연구팀이 한국 부품을 추가하는 등 세부사항을 변경하자 러시아에서 바뀐 사항에 대해 일일이 검증하겠다고 나섰다.

“처음에 99개였던 성능시험 항목이 마지막에는 358개로 3배 이상 늘었어요. 모든 성능시험을 끝냈을 때 정말 뿌듯했죠. 일일이 우리 손을 거친 만큼 한국의 발사대 기술을 세계에 인정받은 기분이었습니다.”

다음 달 말 나로호 발사를 앞두고 이 원장은 “시험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입시를 앞둔 수험생 같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나로호에 들어간 10만여 개의 부품 중 단 하나라도 문제를 일으키면 발사는 수포로 돌아간다. 그는 “나로호를 발사하면 아들을 장가보내는 느낌일 것 같다”며 “발사 성공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흥=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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