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더위에 우리 아이 ‘온병’든다

  • 입력 2009년 5월 27일 10시 59분


아토피, 식중독, 수족구, 감염성 질환 등.. 모두 온병의 일종

지구온난화에 체질, 잘못된 생활 습관 더해져 몸속 열기 키워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와 한의원을 방문한 김유정 씨(37세, 가명)는 깜짝 놀랐다. 아직 한여름도 안됐는데 더위를 타는 큰 아이, 아토피 때문에 온 몸을 긁어대는 둘째 아이 모두 ‘온병’이 원인이라는 것.

김씨는 두 아이의 증상이 다른 데도 원인은 같다는 말에 한 번 놀라고, 요즘 아이들이 앓는 다양한 병의 원인이 된다는 이 생소한 병명에 두 번 놀랐다. 일산 함소아(含笑兒) 한의원 윤종현 대표원장에게 ‘온병’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자.

●우리 아이가 ‘온병(溫炳)’이라는데.. 온병이란?

중세 이전 한의학에서는 병은 차가운 기운에 의해서 생긴다고 봤다. 옛날 우리 부모님들도 막연히 ‘추우면 병난다’고 생각하고 조금만 추워지면 아이에게 옷을 몇 겹이나 껴입히곤 했다. 그러나 근대에 접어들면서 한의학에서는 ‘더운 기운에 의해서 생기는 병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것을 ‘온병’이라고 칭하기 시작다.

즉, 온병이란 외부의 온열(더운 기운)이나 습열(덥고 습한 기운)이 몸 안으로 들어와서 생기는 것을 말한다.

아이의 몸은 양기와 열기가 충만한 상태이다. 이 기운이 순환되지 못하고 뭉치면, 외부의 열기와 만났을 때 맞불을 지르는 것처럼 열기가 커져 ‘온병’이 된다.

요즘 아이들이 온병에 쉽게 걸리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우선 아이를 둘러싼 환경을 들 수 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겨울은 짧아지고 여름은 길어진데다, 겨울에도 실내에서 반팔을 입고 지낼 만큼 난방이 잘되는 환경에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거의 365일을 더운 기운 속에서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들의 생활습관도 큰 문제다.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잘 체크해보고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인스턴트식품,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거나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아이들은 열이 순환되지 않아 온병에 쉽게 걸릴 수 있다.

●아이들이 많이 걸리는 ‘온병’에는 어떤 것이 있나?

열기가 뭉치면 몸속 열에 수분을 빼앗겨 피부가 건조해진다. 간지러워 자꾸 긁게 되고 정도가 심하면 환경이나 식단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수포가 생기고 진물이 나는 등 아토피로 진행될 수 있다.

여름철 흔히 말하는 ‘더위를 먹는다’는 증상도 마찬가지로 찬 물을 수시로 마시고 아이스크림 등 찬 음식을 찾지만 속 열이 사그라들지 않아 여전히 답답하고 갈증이 가시지 않는다. 그 외 식중독, 더위 먹는 것, 장티푸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신종인플루엔자(돼지 독감), 수족구 모두 온병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방에서의 온열 치료법은?

크게 온열과 습열로 나누어 병의 원인을 찾은 후, 열을 풀어주고 부족해진 진액을 보충하는 치료를 한다. 침 치료도 병행한다.

TIP! -온병 부르는 나쁜 생활 습관 5

- 뙤약볕 아래에서 자주 논다=>뙤약볕은 열기를 쌓고 진액(수분)은 마르게 한다. 오후 12~2시 외출을 피하고, 나무가 많은 곳 위주로 산책하도록 한다.

- 자극적인 음식, 인스턴트를 좋아한다=>기름지거나 달고 매운 음식, 가공식품, 인스턴트식품을 많이 먹으면 속 열이 생긴다. 시고 쓴 채소를 먹여 열을 내리고 진액을 보충한다.

- 컴퓨터, TV를 붙잡고 산다=>전자파는 몸의 화기(火氣)를 조장한다. 특히 잠자기 전 자극적인 화면은 숙면을 방해하므로 사용을 제한한다.

- 열이 나면 바로 해열제를 먹인다=>해열제의 과다한 사용은 오히려 속 열을 쌓을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 운동을 거의 안 한다=>운동이 너무 부족하면 기의 순환이 어렵다. 하루 30분~1시간 정도는 걷기나 맨손 체조 등으로 적당한 운동을 습관적으로 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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