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發 반도체 업계 구조조정

  • 입력 2009년 4월 7일 02시 54분


2분기이후 D램값 30% 상승기대

대만정부가 설립을 추진 중인 ‘타이완메모리(TMC)’가 세계 반도체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TMC는 1일 세계 3위 D램 업체인 일본 엘피다에 지분 참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파산 위험에 빠진 자국 업체의 통합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업계는 시나리오별로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하다.

○ 태풍의 핵, TMC

존 슈안 TMC 회장은 1일 “엘피다와 함께 첨단 D램 기술을 개발하고 지적재산권도 공동소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TMC와 엘피다의 협력은 이미 예견됐다. 2008 회계연도에서 1500억 엔(약 2조 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 엘피다는 ‘돈’이 필요했고 TMC는 기술 확보가 지상과제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TMC는 난야, 파워칩, 프로모스, 윈본드, 렉스칩, 이노테라 등 6개 대만 D램 업체를 모두 합병하겠다고 했다가 일주일 만에 이를 철회한 바 있다. ‘대통합’은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해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본 것이다. 그 대신 일부만 사들여 TMC를 견실한 D램 업체로 만들 생각이다. 서원석 NH증권 연구원은 6일 “대만 TMC의 목표는 이미 파산상태인 프로모스나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악화된 파워칩을 회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두 업체의 파산을 앞당긴 뒤 양질의 생산라인을 저가에 인수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TMC는 내년 4분기(10∼12월)가 돼야 본격 생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일 파산절차에 들어간 독일 키몬다처럼 퇴출되는 회사가 한두 곳 더 나오면 감산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신영증권도 3일 “2분기(4∼6월) 이후 공급초과 상황이 개선돼 D램 평균가격이 전 분기 대비 30%가량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 느긋한 국내업계

반도체 업계의 지각변동이 임박했지만 국내 업계는 느긋한 표정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4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급 공정을 이미 개발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TMC에 기술을 이전할 엘피다는 아직 60nm급 공정이 주력이고 50nm급 공정은 개발단계다.

다만 시장논리가 우선돼야 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 불황을 빌미로 대만과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에는 불편한 기색을 보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MC가 대만 업체들의 구조조정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시장에 긍정적이지만 시장이 아닌 정부 주도의 업계 개편이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일 반도체 불황과 관련해 “키몬다와 대만업계의 운명이 어찌되든 반도체 업계에는 당분간 업체 간 ‘통합’과 설계와 생산 등 기능의 ‘분할’이라는 상반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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