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통합 사실상 무산

  • 입력 2009년 3월 12일 21시 27분


대만 정부의 자국 D램 업체 대통합 구상안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가 대통합 계획을 공식 언급한 지 일주일 만이다. 일본 엘피다와 미국 마이크론이 각각 대만 업체를 인수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대만 업체들 중 일부는 시장에서의 퇴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어떤 방식으로든 업계 재편이 이뤄질 경우 D램 가격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며 느긋한 반응을 나타냈다.

12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대만의 인치밍 경제부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 주도로 메모리반도체 회사들을 완전히 통합하는 것은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고 밝혔다.

대만 정부는 앞선 5일 "6개월 내에 6개 D램 업체를 통합한 지주회사 형태의 가칭 '타이완메모리(TMC)'를 설립하고, 일본 엘피다와 미국 마이크론의 참여 여부는 3개월 내에 결정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통합안에 포함된 대만 업체는 난야, 파워칩, 프로모스, 윈본드, 렉스칩, 이노테라 등이다.

일주일 만에 대만정부가 대통합 방안을 사실상 철회한 것은 이들 6개 업체의 총 부채규모가 110억 달러(약 16조2800억 원)에 이르고, 엘피다나 마이크론과의 제휴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만 정부는 우선 TMC를 통한 기술 획득에 주력하고, 반도체업계 구조조정에는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D램 반도체업계는 1월 파산신청을 한 독일 키몬다에 이어 '제 2의 희생양'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대만 업체들은 2년 이상 이어져 온 반도체 불황으로 현재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국내 업체들로서는 대만의 행보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원리에 따른 구조조정이 업계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만 6개 업체가 통합을 하던 엘피다와 대만 3사가 합병을 하던 당장 큰 위협은 되지 않는다"면서도 "경쟁력 없는 회사들의 퇴출이 빨라질수록 시장 안정화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만 업체들이 생존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반도체 공급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업계 전체의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본 정부가 엘피다의 공적자금 요청을 받아들일지 여부와 개별 기업에 대한 대만정부의 지원 가능성은 변수로 남아 있다.

한편 이날 증시에서는 프로모스(-6.73%)와 파워칩(-5.11%) 등 대만 업체들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낸 데 반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각각 2.10%, 4.63%가 올랐다.

김창덕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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