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피하고 취침전 목욕을” 환절기 노인건강 챙기기

  • 입력 2009년 3월 9일 02시 57분


《충남 당진군에 사는 김모 씨(74·여). 요즘 부쩍 우울하고 잠을 못 이룬다.

봄나들이 삼아 오랜만에 서울 딸네 집에 다니러 갔다가 기억력과 기력이 지난해 같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한 후부터 우울해졌다.

늘 혼자서 잘 찾아가던 딸네 집이 어딘지 갑자기 가물가물해지면서 두 시간 넘게 헤매고 나니 치매가 온 것 같아 두렵다. 계절이 바뀌면 노인의 몸에 나타나는 리듬 변화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져올 수 있다.

노년기에는 가족관계나 주변 환경의 변화에 민감해진다.》

봄이 오니 밤잠 설치고 기억 가물가물…

“낮잠 피하고 취침전 목욕을”

서국희 한강성심병원 정신과 교수는 “노년기에 은퇴, 신체적 허약감, 질병 등을 겪으면서 스트레스가 생기게 된다”며 “사회활동을 통해 대인관계를 활발히 하고 자신에게 알맞은 운동을 정기적으로 해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잠들기 전 운동 피하고 가벼운 책 읽도록

불면증에 시달리는 노인이 많다. 특히 봄과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에 불면증이 심해진다. 늙을수록 전체 수면시간이 짧아지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깊은 수면을 이루지 못한다.

불면증이 있다고 술을 마시면 안 된다. 술 마신 당일에는 술에 취해 잠이 들지만 다음 날에는 더욱 잠을 이루기 어렵다.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불면증이 있다면 생활습관이나 수면습관을 바꿔서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잠이 오지 않는데 억지로 잠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지 않도록 한다. 그렇다고 TV를 보지는 말고 라디오를 듣거나 가벼운 내용의 책을 읽는다.

카페인, 니코틴, 알코올, 흥분제처럼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은 피한다. 될 수 있으면 낮잠을 자지 말고 아침 일찍 적당히 운동을 한다.

그러나 잠들기 전에 운동하는 것은 삼간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해서 체온을 높이면 수면에 도움이 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과식하지 않도록 한다. 저녁에 명상하는 시간을 가지면 정신적 신체적으로 이완이 돼서 잠이 잘 온다. 이러한 방법으로도 잠이 오지 않으면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는다.

○ 햇빛 많이 쬐면 기미-주근깨 더 진해져

흔히 ‘검버섯’이라고 부르는 지루각화증은 중·노년층의 얼굴, 두피, 손 등에 발생하는 피부질환이다.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면서 자외선이 강한 봄볕은 피부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면 피부색이 어두워지고, 기미 주근깨 잡티가 더 진해지거나 새로 생길 수 있다. 잔주름이 생기고 피부노화도 빨리 진행된다. 특히 노인은 일광화상을 덜 입기 때문에 자외선 노출 위험을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외출 전에 자외선차단제를 꼭 발라야 한다. 외출하기 30분 전에 바르는 것이 효과적이다. 모자나 양산을 써도 좋다. 비타민 C, E가 많이 든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고 적당한 수면과 운동으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다.

○ 우울증이 두통으로 나타나 간과하기 쉬워

중장년이 되면 겨울과 봄에 여러 사건을 접하게 된다. 직장에서 은퇴하고 추운 겨울에 연로한 배우자가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봄이 되면 자녀나 손자가 결혼을 하거나 직장을 옮기면서 슬하를 떠나기도 한다. 이럴 때 느끼는 상실감은 우울증으로 발전한다. 어떠한 상실이 있은 후 얼마 동안 애도 기간을 갖는 것은 정상적이다. 부인과 사별한 후에 부인을 그리워하고 슬퍼하는 것은 정상적인 애도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이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심한 우울감에 빠져 자살을 기도하거나 정신병적 증상을 보이면 위험하다.

노인 우울증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 대신 두통, 식욕 부진, 소화 장애, 불면증 같은 신체적인 증상을 호소하기 때문에 신체 질환으로 간과하기 쉽다.

또 ‘가성치매’라고 해서 기억력이 떨어지고 시간이나 사람을 혼동하기도 한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우울감에서 많이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노인은 상실감에 따른 우울증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어 치료를 받지 않는 사례가 흔하다.

노인 우울증은 자살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가족이 눈여겨 살펴봐야 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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