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학교 안가면 안돼?” 아침마다 배아픈 아이… 혹시

  • 입력 2009년 2월 23일 02시 54분


등교 거부 ‘새학기증후군’ 예방 어떻게

《지난해 일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지훈(가명)이는 새 학년이 되기 하루 전날 엄마에게 “아프다”고 했다. 먼저 복통을 호소했다. 엄마가 10여 분간 배를 문질러주자 복통이 사라졌다. 이번에는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엄마는 ‘내일 개학인데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다음 날 아침 지훈이는 배가 많이 아프다며 침대에서 나오지 않았다. 데굴데굴 구르는 시늉까지 했다. 체온을 쟀더니 다행히 열은 없었다. 머리도 아프다고 했다. 하루 전의 행동과 똑같은 것. 지훈이가 말했다. “엄마, 나 학교 안 가면 안돼?”》

밤늦은 시간 TV시청-게임제한

개학 일주일 전 신체리듬 회복

새학년 책 미리보고 흥미 유발

“잘할 수 있어” 자주 격려해줘야

그날 엄마는 지훈이의 손을 잡고 학교에 같이 갔다. 교실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 지훈이를 가까스로 밀어 넣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엄마는 이제 지훈이의 1년 전 증상이 ‘새 학기 증후군’이었다는 것을 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달라진 환경 때문에 마음이 불안해져 학교에 가기 싫어 하는 심리다.

새 학년이 되려면 일주일 정도 남았지만 엄마는 벌써부터 걱정이다. 어떻게 해야 아이가 상처입지 않고 잘 적응할 수 있을까.

○ 학교 가기 싫은 게 병이다?

새 학기 증후군을 모르는 부모는 아침에 일어나지 않으려 하는 아이를 “왜 이렇게 게으르냐”며 꾸짖는다.

물론 봄방학 때 늦잠을 자는 버릇 때문에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어떤 아이는 규칙적인 학교생활로 복귀하는 것을 정말 힘들어 한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과 유치원생 중에 이런 경우가 많다. 심각하지는 않더라도 새 학기 증후군에 걸렸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분리불안장애’다.

이런 아이는 대부분 아침 시간이나 주말 저녁에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거나 열이 난다. 단지 핑계가 아니라 실제로 열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 이럴 때 안쓰러운 마음에 1, 2일간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엄마가 있다. 그러나 올바른 해결 방법이 아니다. 이런 때일수록 단호해져야 한다.

새 학년이 된 후 자신도 모르게 눈을 깜빡거리거나 어깨나 목을 움직이며 ‘킁킁’ 소리를 내는 아이도 있다. 이런 현상을 ‘틱 장애’라고 부른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틱 장애는 학기 초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 아이의 성격을 잘 모르는 새 선생님이나 친구가 틱 증상을 지적하면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증상이 더 악화되기도 한다. 새 학기가 시작될 때 부모가 세심하게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달라진 환경에 유독 적응하지 못할 때도 있다. 바로 ‘적응장애’다. 쾌활한 아이가 아니면 누구나 초기에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도록 아이가 겉도는 느낌이 든다면 즉시 정신과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그냥 두면 우울증이나 소외감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 아이와 함께 미리 교실 둘러보자

새 학기 증후군은 일주일간만 잘 준비해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첫째, 아이의 신체리듬부터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한다. 아이가 밤늦게 TV를 보거나 게임을 한다면 시간을 제한해야 한다.

늦잠을 자는 버릇도 고쳐야 한다. 평소 학교에 다니던 시간에 일어나도록 훈련시킨다. 책을 가볍게 읽거나 밖에 나가 걷게 해서 평소의 생체리듬을 되살린다.

둘째, 새 학년을 미리 가볍게 체험하도록 한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새 학년 때 배울 교과서를 읽도록 한다. 미리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흥미를 유발하자는 취지다. 교과서를 함께 소리를 내서 읽고 간단한 퀴즈나 수학 문제를 풀어보는 것도 좋다. 아이와 함께 교실에 찾아가 보고 학교 운동장에서 잠시 놀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셋째, 건강 체크를 잊지 않는다. 충치, 시력, 피부병 등 기본적인 사항을 점검한다. 예방접종이 필요하다면 봄방학 기간에 끝내도록 한다.

넷째, 부모의 격려가 필요하다. 아이의 행동에 대해 무턱대고 나무라거나 꾸중을 하면 오히려 학교생활에 자신감을 잃게 된다. “잘할 수 있어!” “걱정하지 마!” “파이팅!” 같은 격려를 자주 해주면 좋다.

마지막으로 부모의 지나친 기대감이 새 학기 증후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어느 정도 새 학년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다. 이런 부담감을 더욱 크게 만드는 것은 부모의 지나친 기대감이다. 부모들이여, 기대를 좀 낮추자.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새 학기 증후군 예방법▼

▶TV시청, 컴퓨터 게임 시간을 제한한다.

▶건강 체크와 예방접종은 봄방학 기간에 끝내도록 한다.

▶오후 10시 전에 자고 오전 7시 전 일어나도록 한다.

▶학교 생활에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격려가 필요하다.

▶새 학기에 배울 교과서를 미리 읽도록 한다.

▶자녀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은 갖지 않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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