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다윈 읽기]갈라파고스 거북

  • 입력 2009년 1월 12일 02시 58분


섬마다 다른 환경에 맞게 등딱지 변화… 자연적응 증거

이국적인 동식물로 가득 찬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찰스 다윈의 관심을 특별히 끈 동물이 있었다.

거북(사진)이었다. 가람기획이 펴낸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를 보면 다윈은 섬에 도착한 직후 쓴 글에서 ‘두 마리의 큰 거북을 만났는데, 각각 적어도 200파운드는 돼 보였다. 이 거대한 파충류는 내 상상 속에선 마치 대홍수 이전의 동물처럼 보였다’고 기록했다.

다윈이 첫 대면 때부터 거북에게서 진화의 힌트를 얻었던 것은 아니다. 어느 날 다윈은 주민들이 생김새와 크기가 저마다 다른 거북들을 놓고 각각 어느 섬에서 온 것인지 구별할 줄 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찰스 섬과 후드 섬에 사는 거북의 등딱지는 목과 가까운 앞쪽 부분이 말안장처럼 위로 올라간 형태였고, 제임스 섬의 거북은 등딱지 가운데가 불룩 솟은 돔(dome) 형태였다.

다윈은 ‘거북들이 섬마다 다른 서식 환경에 오랜 시간 적응해 오면서 이런 차이가 생겼다’는 결론을 내렸다. 생존에 알맞은 형태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말안장 형태의 등딱지를 가진 거북은 먹을거리가 높은 곳에 있는 건조한 섬에 살았다. 키가 큰 선인장을 먹기 위해선 목을 길게 늘여야 했기 때문에 등딱지의 앞쪽이 목을 쉽게 뻗을 수 있는 형태로 발달한 것이다. 땅 가까이에 먹이가 많은 섬의 거북은 돔 형태였고 목이 짧았다. 굳이 목을 늘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대 300kg에 육박하는 몸집도 자연환경에 적응한 진화의 증거로 여겨졌다. 1000년 전 남미 대륙에서 떠내려와 처음 정착할 때는 지금처럼 덩치가 크지 않았는데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살다 보니 몸을 숨길 필요가 없어 덩치가 커졌다는 것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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