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지금…다이어트 전쟁중

  • 입력 2008년 9월 9일 02시 56분


지난 5월 44.7mm → 8월 44.4mm 출시 → 25mm → 9.9mm → 9mm → 8mm 발표 → ?

소니 9.9mm 포문에 삼성 9mm로 맞대응

디카-키보드 등 가전제품 슬림화 경쟁 치열

《전자제품의 ‘다이어트’ 열풍이 거세다. 세계적인 전기전자업체들은 앞 다퉈 슬림형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TV는 물론 디지털카메라와 키보드 등 전 부문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시장에서 점화된 두께 전쟁이 ‘성능이 우선’이라는 의견을 넘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최대 격전지 TV 시장

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액정표시장치(LCD) TV 중 가장 얇은 제품은 LG전자의 ‘스칼렛슈퍼슬림’으로 두께는 44.7mm였다. 이에 뒤질세라 삼성전자는 지난달 이보다 0.3mm를 더 줄인 크리스털 슬림 LCD TV ‘파브 보르도 850’을 출시했다.

지난달 29일부터 6일 동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08’은 이러한 슬림화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

TV 시장 선두를 되찾으려는 일본 소니가 9.9mm 두께의 40인치 LCD TV ‘브라비아 ZX1’을 12월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네덜란드 필립스의 LCD 디스플레이 제품 ‘울트라 신 백라이팅’도 32인치라는 작은 크기와 모니터 용도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8mm에 불과한 두께로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삼성전자도 이 전시회에서 두께가 25mm(공개), 9mm(일부 고객과 언론에만 공개)인 52인치 LCD TV로 맞불을 놓았다. 소니와 필립스가 튜너를 TV 밖으로 빼낸 것과 달리 삼성전자의 제품은 튜너를 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반응이 뜨거웠다.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에서도 두 일본 기업이 슬림화 경쟁을 선도하고 있다. 샤프는 22∼44mm 두께의 ‘아쿠오스 XS’ 시리즈를 선보였고, 파나소닉은 24.7mm 두께의 50인치 제품을 발표했다.

문제는 화질과 가격. 무조건 ‘얇은 TV’만을 지향할 경우 화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발광다이오드(LED)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적용하면 더 얇은 TV를 만들 수는 있지만 현재 사용 중인 냉음극 형광램프(CCFL)보다 훨씬 고가인 것이 흠이다.

LG전자 강신익 부사장도 “TV 두께가 2cm 정도면 충분히 얇은 것”이라며 “화질을 손상시키면서까지 두께 경쟁에 나설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 디지털카메라, 휴대전화로 확산

소니 코리아는 최근 역대 디지털카메라 중 가장 얇은 13.9mm 두께의 초슬림 디카 ‘DSC-T77’을 출시했다. 이미 ‘슬림형 디지털카메라’의 대명사로 자리 매김한 사이버샷 T 시리즈의 후속 모델이다.

소니 코리아 관계자는 “독보적 디자인과 세련된 패션컬러는 20, 30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개인용 주변기기 업체 로지텍 코리아는 ‘로지텍 일루미네이티드 키보드’를 내놓으면서 슬림화 이슈를 키보드 업계까지 옮겨왔다. 9.3mm에 불과한 두께는 로지텍이 지금까지 내놓은 키보드 중 가장 얇다.

사실 전자제품의 슬림화 경쟁에 가장 불꽃이 튀었던 부문은 휴대전화다.

2005년 미국 모토로라의 ‘레이저(RAZR)’가 큰 성공을 거둔 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세계적 휴대전화 업체들은 지난해까지 두께가 5.9∼14.5mm에 불과한 울트라 슬림형 제품을 잇달아 출시했지만 그 열기는 이내 식었다.

최근에는 애플의 ‘아이폰’(7월 출시)과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연내 출시 예정) 등 무선인터넷이나 터치스크린 등의 기능을 강조한 휴대전화가 다시 득세하고 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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