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과잉 약제비” vs 의료계 “정당한 진료” 소송 14일 선고

  • 입력 2008년 8월 7일 03시 00분


공단 재정 1000억대 좌우 ‘초비상’

의료계 패소땐 ‘소극적 처방’ 혼란 우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제비 추징에 반발해 서울대병원이 제기한 민사소송의 선고공판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의료계와 건보공단이 긴장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가 14일 최종 선고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약제비 반환 ‘줄 소송’이나 의사의 약 처방 거부 등 큰 파문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대-사립대 병원 등 소송=보건복지가족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사의 처방전에 대해 질환별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약을 일일이 정한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나면 과잉처방으로 판단한다. 건보공단은 이 판단에 따라 ‘병의원이 부당 이득을 취하면 환수할 수 있다’는 건강보험법 52조에 근거해 과잉 약제비를 환수한다.

2005년 9월 지방의 한 개업의사가 약값 추징이 부당하다며 건보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건강보험법 52조가 약값 추징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며 의사의 손을 들어줬다.

건보공단은 그 후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 행위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친 사람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민법 750조에 근거해 과잉약제비 추징을 계속해 왔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8월 2001년 이후 추징당한 약제비 41억 원을 돌려 달라며 민사소송을 냈다. 올 1월에는 45개 사립대 병원이 추징당한 100억 원대의 약제비를 돌려 달라며 전국사립대병원장협의회 명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개인의원 2곳도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의료계는 “환자 치료를 위해 불가피하게 약을 처방하는 데 단지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과잉처방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어느 쪽이 승소해도 혼란=서울대병원 소송을 포함해 현재 진행 중인 4건의 소송에서 건보공단이 모두 패소할 경우 152억 원을 물어줘야 한다. 그만큼 건보재정이 줄어든다.

건보공단이 2006년까지 병의원을 상대로 추징한 과잉처방 약제비는 총 993만 건에 850여억 원에 이른다. 2006년 이후 추징한 약제비도 포함할 경우 최대 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이 패소하게 되면 다른 병의원에서도 약제비를 돌려 달라는 소송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높다.

건보공단의 소송 담당자는 “다른 병원들도 약제비 반환 소송에 참가할 경우 1000억 원의 건보재정이 줄어들게 돼 건보재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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