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무정부주의’

  • 입력 2008년 6월 24일 03시 01분


아고라 협박게시물 삭제에 “교류 막다니…” 반발

적법한 조치도 비난… 제도적-법적 권위 인정안해

최근 인터넷에서 ‘메이저 신문 광고주 협박’을 주장하거나 반(反)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일부 강성 세력은 어떤 제도적·법적 권위도 인정하지 않는 ‘아나키즘(anarchism·무정부주의)적’ 행태도 보이고 있다.

이들 세력은 “인터넷 공간의 자유로운 여론 교류를 조금이라도 막아서는 안 된다”며 불법적인 글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적법 절차에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음의 온라인 토론방인 아고라가 최근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동아일보 광고주에 대한 협박 게시물을 임시 삭제조치하자 이들은 “다음도 망하고 싶구나” “다음이 스스로 몰락을 자초하는 구나” 등의 비난 글을 계속 올렸다.

본보 23일자 A2면 참조 ▶ 다음 ‘광고주 협박’ 게시물 접속 차단

지난달 초에도 일부 대형 포털사이트가 이명박 대통령 비판 댓글 중 허위사실이나 명예훼손 위험이 있는 것에 대해 관련 법령에 따라 임시 삭제조치를 취하자 “인터넷을 정권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 하느냐”며 반발했다.

인터넷상의 불법이나 타인의 권리 침해를 막기 위한 적법한 조치도 전면 부정하는 이런 주장에 대해 일부 매체는 “인터넷 여론에 재갈을 물리지 말라”며 옹호하고 있다.

최근 촛불시위를 생중계한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를 운영해 온 나우콤 대표 문모 씨가 영화 불법 복제파일을 유통시킨 혐의로 구속되자 일각에서는 “그러면 불법으로 내려받기 해 본 모든 사람을 구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왔다.

박영민 프랑스 파리8대 공학박사는 최근 발표한 ‘온라인게임과 사이버공간의 질서’라는 논문에서 “가상세계(사이버공간)가 현실세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자 역으로 현실세계가 가상세계의 무질서한 상태를 방치해 둘 수 없게 됐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온라인 세상의 무정부적 무질서를 규율하기에는 현재의 오프라인 법률 체계로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많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한 위원은 “포털도 사실상 여론 형성 기능을 하는 만큼 신문과 방송 같은 언론이 지고 있는 책임을 같이 물어야 하는데 현행법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새로운 환경에 맞는 새로운 법이 제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고 밝혔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