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다르다고 남의 입막는 광고탄압은 언론자유 침해”

  • 입력 2008년 6월 23일 02시 58분


언론학자인 류춘렬 국민대 교수는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의 입을 막고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것은 사라져야 한다”며 최근 일부 세력의 메이저신문 광고주 협박 행위를 비판했다. 김경제 기자
언론학자인 류춘렬 국민대 교수는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의 입을 막고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것은 사라져야 한다”며 최근 일부 세력의 메이저신문 광고주 협박 행위를 비판했다. 김경제 기자
중견 언론학자 류춘렬교수 인터뷰

“광고주들 압박 말고 독자 선택에 맡겨야

검증 안된 내용 올려놓는 일부 포털 문제”

“자기와 다른 의견을 막는 방법으로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는 행위는 없어져야 합니다.”

중견 언론학자인 류춘렬(51)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22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 국민대 연구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일부 네티즌이 부추기는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메이저신문에 대한) 광고탄압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알 권리와 민주적 숙의(熟議) 과정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최근 일부 세력의 광고주 협박 사태와 관련해 류 교수는 “지금은 원하는 신문을 골라 읽을 수 있는 시대인 만큼 자신의 주장과 맞지 않는 신문의 광고주에게 압박 전화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독자에게 신문을 선택할 자유가 보장돼 있는 상황에서 광고탄압은 자칫 언론인이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게 할 수 있습니다. 언론은 완벽한 반(反)사회적 의견을 게재하지 않는 한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할 권리가 보장돼야 합니다.”

그는 “광고주에게 광고탄압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기보다 일반 시민과 독자들의 선택에 맡기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인터넷 문화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그는 “한국의 네티즌은 정확한 정보와 공정한 과정을 거쳐 의견을 표출하기보다 자기주장을 앞세우는 감성적인 측면이 강하다”며 “댓글만 해도 다른 나라에선 절차와 룰을 강조하고 이를 어기면 스스로 배제하는 자정(自淨) 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이 다른 사람의 눈길을 끌고 자신의 의견에 더욱 많은 댓글이 달리게 하기 위해 익명의 그늘 속에서 강하고 자극적인 의견을 내고 있는 현실이 걱정스럽습니다.”

이와 관련해 류 교수는 “인터넷 공간에서 합리적인 토론 과정과 공정한 의견 표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포털 사이트의 폐해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한국의 포털 뉴스 사이트 상단에는 개인이 작성한 (검증되지 않은) 블로그 내용이나 선정적인 내용도 많이 올라옵니다. 신문의 1면 톱기사와 같은 효과를 가진 이런 일을 하면서도 포털은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남의 입을 막음으로써 자기 의사를 표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이런 일이 언론자유에 좋은 것이 아니다’ ‘소수의 의견이 지나치게 반영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나름대로의 원칙과 사회적 합의도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 교수는 서울대 신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언론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언론학회 저널리즘분과 회장 등을 지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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