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비만과의 전쟁, 사회조직이 나섰다

  • 입력 2008년 5월 27일 20시 39분


'비만은 사회 문제다'.

선진국의 정부 기업 학교 등 사회 조직이 개인의 비만 문제에 개입하고 나섰다. 급증하는 비만 환자가 고혈압, 당뇨병, 정신질환과 같은 각종 질병을 유발해 사회를 위협하는 '재앙'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5세 이상의 세계인 가운데 비만으로 분류되는 사람은 약 4억 명, 과체중 인구는 16억 명에 이른다(2006년 9월 발표). WHO는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이면 과체중, 30 이상은 비만으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특히 소아비만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뚱뚱한 사원은 경영의 위험 요인"=일본 기업들이 '메타보사원'(비만사원)을 회사 경영의 위험요인으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섰다고 시사주간 아에라가 최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4월부터 40~74세의 의료보험 피보험자와 피부양자의 BMI 검진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도요타와 NEC 등 대기업들은 법정 연령 기준보다 낮은 30대 초중반의 사원들도 비만도 측정을 받도록 하고 있다.

소니는 회사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계산할 때 음식의 칼로리를 바로 알려주는 자동 시스템을 도입했다. 선스타 등 일부 기업은 비만 판정을 받은 사원을 다이어트 학교에 보내 저칼로리 음식을 제공하고 운동을 시키며 직접 관리하고 있다.

예전에는 비만이 장시간 근무와 회식 등 사회생활에 적극 임한 결과라며 기업들이 메타보 사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최근에는 비만 관련 질환으로 휴직하는 사원들이 생기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아에라는 전했다.

▽미국 학교의 칼로리 줄이기=미국은 소아비만이 문제이다. 미국 아동의 3분의 1이 과체중이다. 학부모들은 학교 내부의 인스턴트식품 자동판매기와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급 학교들은 구내식당의 식단을 자연식 위주로 바꾸고 학생들의 지방 과다섭취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1일 전했다. 워싱턴DC의 한 학교에선 학생들이 구내식당의 메뉴를 '건강식'으로 바꾸라며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주 정부도 학교 식당의 영양 기준을 강화하고 체육수업 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교회와 각종 사회단체는 가공식품 기업의 마케팅을 규제하는 운동을 벌이는 한편 다이어트 강좌도 개설했다.

그러나 인스턴트식품 업계와 패스트푸드 기업은 이 같은 조치가 시장 경제에 위배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아칸소 주 정부가 학생들의 BMI 측정을 의무화하자 일부 학부모들은 "학생의 자의식에 상처를 준다"며 반대하기도 했다.

▽유럽 정부의 비만 퇴출 노력=유럽은 정부 차원에서 소아비만에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프랑스는 2005년 학교 내에 자동판매기 설치를 금지하고 식료품의 TV광고에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문을 싣도록 했다. 그 결과 프랑스는 유럽연합(EU)회원국 중 유일하게 비만 아동 수가 줄었다고 의료전문언론 메디컬뉴스투데이가 18일 EU 위원회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해 프랑스 학생들 가운데 비만과 과체중으로 분류된 비율은 각각 15.8%와 3.0%였다. 이는 2000년의 18.1%와 3.8%보다 줄어든 수치다.

프랑스의 성공 사례에 자극 받은 영국 정부도 식품의 TV광고를 금지하는 한편 학교 내에서 과자와 청량음료 판매를 규제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영국 정부는 학생의 85%가 일주일에 2시간 이상 체육 수업을 받도록 했으며 2011년엔 이를 5시간으로 늘릴 계획이다.

스페인 정부는 가공식품 업체들과 지방, 설탕, 소금 첨가량을 줄이는 방안에 합의했고 재료의 표기 기준도 강화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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