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체취… 매혹의 향기? 불쾌한 악몽?

  • 입력 2008년 5월 21일 03시 01분


그래픽 이고운
그래픽 이고운
땀이 세균 만나면 몸냄새 발생

겨드랑이 발 입… 곳곳에 ‘함정’

냄새의 공포 탈출할 길을 찾아라

한때 유행했던 CF가 있다. 한 여자가 길을 가다 우연히 다른 여자와 스쳐 지나간다.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

“낯선 여자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가 난다.”

후각은 시각이나 청각보다 뇌에서 훨씬 더 깊은 곳으로 전달되는 강력한 감각이다. 그만큼 사람에게 나는 냄새는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해 영화화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의 주인공 그르누이는 스물다섯 명의 여인을 죽여서 향기를 채취해 지상 최고의 향수를 만들려고 한다. 그만큼 인간에게 몸 냄새는 중요하다.

문제는 우리 몸에서 좋은 향기보다 불쾌한 냄새를 유발하는 곳이 많다는 것. 특히 날씨가 더워질수록 몸 여기저기서 안 좋은 냄새가 뿜어져 나온다.

왜 사람의 몸에서 향기가 아니라 악취가 나는 것일까.

땀 때문이다. 인체에는 두 가지 종류의 땀샘이 있다.

에크린 땀샘은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200만∼300만 개의 에크린 땀샘이 한 시간에 2000∼3000cc의 땀을 만들어내 체온을 조절한다.

아포크린 땀샘은 땀을 직접 피부 표면으로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배출관이 모낭에 붙어 있어 모낭의 윗부분을 통해 땀을 체외로 배출한다. 따라서 분포는 털이 많은 겨드랑이, 회음부, 유두, 배꼽 주위에 많이 분포한다.

불쾌한 냄새는 대부분 아포크린 땀샘에서 분비되는 땀의 성분이 세균에 의해 변화되면서 발생한다. 아포크린 땀샘에서 분비되는 땀은 처음에는 냄새가 없지만 분비된 지 1시간 정도 지나면 세균에 의해 분해된 후 지방산과 암모니아가 된다. 이 과정에서 악취가 난다.

몸 냄새가 가장 심하게 나는 곳은 겨드랑이다. 누구나 약간의 쉰 냄새는 나지만 정도가 심할 경우 썩은 계란과 양파를 섞은 듯한 냄새가 난다. 흔히 암내라고 불리는 액취증은 아포크린 땀샘 수가 늘어나거나 땀의 양이 많아지면 생긴다.

유난히 심한 발 냄새로 고민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발 냄새는 발가락 사이에 땀이 찬 후 잘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땀 때문에 피부각질층이 말랑말랑해지고 이곳에 세균증식이 증가하면서 생긴다.

머리 냄새도 만만치 않다. 특히 두피에 땀이 많거나 비듬이 잘 생기는 사람은 냄새가 심하다. 비듬의 케라틴이라는 성분이 냄새에 영향을 미친다.

‘땀만 안 흘리면 되겠구나’라고 안심할 수 없다. 입 냄새(구취)도 만만치 않다. 구취 때문에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말하거나 말할 때 거리를 두는 사람이 많다. 입 냄새의 원인은 구강질환이 80∼90%를 차지한다.

실제로는 악취가 나지 않는데 스스로 몸 냄새, 입 냄새가 난다고 느끼는 경우까지 있다. 이를 ‘신체악취공포증’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진짜 몸에서 악취가 나는데도 자신은 모르는 경우도 있다. 후각은 금방 환경에 적응하기 때문에 냄새에 무감각해지기 때문이다.

당신은 직장 회식 자리에서 동료의 발 냄새 때문에 괴로워한 적이 있을 것이다. 지하철에서 옆 사람의 겨드랑이 냄새 때문에 자리로 피한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대화할 때 상대방의 입에서 나는 냄새는 또 어떤가.

몸에서 나는 냄새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이 다가온다. 우리를 괴롭게 하는 냄새의 정체와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자.

목욕 자주하고 속옷만 잘 챙겨도 냄새 걱정 절반은 ‘싹∼’

장동건, 김태희 얼굴에 근육질, S라인 몸매의 이성을 만났다고 하더라고 몸에서 악취가 난다면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은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몸 냄새는 목욕을 자주 안 하거나 지저분한 옷을 입으면 더욱 심하다. 따라서 목욕을 자주하고 속옷을 자주 갈아입으면 냄새는 상당부분 없앨 수 있다. 그래도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겨드랑이 냄새→목욕 자주하고 옷을 헐렁하게

일단 겨드랑이에 땀이 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목욕을 자주 하고 옷을 헐렁하게 입는다. 땀 분비를 억제하는 데오드란트 제품도 효과가 있다.

항생제가 포함된 비누, 로션, 향수 등을 사용할 경우 연약한 겨드랑이 피부를 상하게 하거나 몸 냄새와 혼합돼 더 역겨운 냄새가 날 수 있다.

영구적으로 냄새를 없애고 싶다면 아포크린 땀샘을 제거하는 겨드랑이 절개술, 아포크린 땀샘만을 골라서 태워버리는 레이저 지방흡입술, 겨드랑이의 털을 제거해 세균 번식을 막는 영구제모술 등이 있다.

최근 초음파가 나오는 가느다란 관을 피부 밑으로 집어넣어 초음파로 땀샘을 파괴하는 시술이 재발률이 적고 흉터도 거의 남지 않아 주목받고 있다.

○ 발 냄새→발가락 사이 물기제거 신경써야

누구에게서나 조금씩 발 냄새가 난다. 만약 지나치게 발 냄새가 난다면 무좀이 심하거나 갑상선기능 이상, 신경계통 질환 때문에 땀 분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발 냄새를 줄이려면 샤워 후 깨끗한 수건으로 발가락 사이사이의 물기를 제거한다. 가급적 면양말을 신는다.

땀샘 분비 억제제를 바르거나 투여할 수 있으며 교감신경을 절제하는 방법도 있다.

○ 머리 냄새→과음하면 피지 늘어 악취

머리 냄새는 피지의 영향을 받는다. 피지는 피부의 분비선 중 하나인 피지선에서 나오는 액체 상태의 지방으로 외부 세균이나 추위 등으로부터 피부를 지킨다.

과도한 피지는 곰팡이 등 세균에 의해 분해되고 공기 중에서 산화되면서 냄새의 원인이 된다. 육체적으로 몸이 피곤할 때, 과음한 다음 날에는 피지 분비가 많아지면서 냄새가 심해진다.

머리 냄새를 예방하려면 하루에 한 번 감고 잘 말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덜 말린 머리를 그대로 묶을 경우 쉰내가 나기도 한다.

냄새와 함께 비듬이 심하거나 머리가 가렵다면 ‘지루성피부염’이다. 피티로스포롬이라는 곰팡이

가 원인이다. 항진균 성분이 포함된 샴푸를 사용하면 증세가 나아진다.

○ 입 냄새→혀 뒤쪽까지 꼼꼼하게 닦아야

치아나 혀에 음식물 찌꺼기가 있을 때, 치아가 썩거나 혀에 설태가 많이 쌓였을 때, 잇몸병이 있을 때 구취가 난다. 냄새가 심하다면 치과에서 충치나 잇몸 질환이 없는지 검사한다.

올바른 칫솔질과 함께 하루 2번 치실을 이용해 치아 사이 치태와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강세정제는 냄새의 원인을 잠시 감출 수는 있지만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칫솔질을 할 때는 혀 뒤쪽까지 닦아 설태를 제거한다.

여름철 입안이 건조하고 침이 마르면서 냄새가 더 심해진다. 물로 입속을 자주 헹구거나 껌을 씹어 침 분비를 원활하게 해 준다.

일부 구취는 축농증이나 편도섬염에 의해 생긴다. 축농증이 있으면 입에서 걸레 빠는 냄새가 난다. 편도염은 편도의 부어있는 표면에 음식물 찌꺼기나 염증에 의해 박테리아가 번식해 악취가 나는 것이다. 편도염이나 축농증은 염증이 치료되면 구취도 없어진다.

○ 생선 냄새→생선, 콩 등 피해야

몸에서 생선 비린내가 나는 ‘생선냄새증후군’도 있다. 땀, 소변, 침 등 분비액에서 생선 비린내 나는 유전성 질환이다. 1만 명 중 한 명 꼴로 생긴다.

선천적으로 특정한 영양분의 대사가 잘 되지 않아 트리메틸아민이라는 물질이 전신에 축적되기 때문에 생긴다. 이런 경우는 생선, 달걀, 간, 콩 등 콜린 성분이 많이 함유한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실제로는 냄새가 나지 않는데 스스로 냄새가 난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강박증이 원인인 ‘신체악취공포증’은 주로 20, 30대에 발병한다. 너무 자주 씻거나 옷을 갈아입든지 우울증, 수치심, 불면증이 동반되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도움말=이광훈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 심우영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피부과 교수, 노원기 지오치과네트워크 부천첨 원장, 박동선 숨수면센터 원장, 신원식 강서제일병원 내과전문의)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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