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핫이슈]의료 산업화는 ‘양날의 칼’

  • 입력 2008년 3월 24일 03시 00분


아담은 토목 절단 작업 중 가운뎃손가락과 넷째 손가락이 잘렸다. 그는 병원을 찾았지만 손가락을 접합하는 데 가운뎃손가락은 6만 달러, 넷째 손가락은 1만2000달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 돈으로 7000여만 원에 이르는 거액이다. 아담은 가운뎃손가락을 포기했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Sicko)’의 시사회가 열렸다. 이 영화는 ‘화씨 9·11’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 감독이 미국 의료보험 체계의 허점을 신랄하게 비판해 미국에서도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아담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이다.

국내 시민단체들은 아직 개봉하지 않은 이 영화 보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문제와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정책을 비판하는 근거로 이 영화에서 드러난 폐해를 제시하고 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모든 병원이 건강보험에 자동으로 가입하는 제도다. 이 제도 때문에 건강보험 가입자는 모든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이 제도가 병원의 선택권을 빼앗고 있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제도가 폐지되면 건강보험증을 지참해도 진료를 못 받거나 더 비싼 값에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시민단체들은 나아가 영리의료법인 허용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영리법인이 허용되면 당장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고 돈 없는 환자들은 진료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의료산업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다. 산업화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영리법인이 허용되면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해져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값싸게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다만 그 전에 공공성이 확보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단체의 주장대로 의료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환자가 많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논란과 갈등이 확산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는 어떠한 해법이나 타협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가 ‘눈치 보기’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토론의 장을 마련해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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