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식 명상 요가… ‘9988234 인생’ 만들기

  • 입력 2008년 3월 19일 02시 56분


힐리언스 선마을 참가자들은 운동, 명상 등을 통해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치는 법을 배운다. 점심 식사를 마친 후에 강사의 지도에 따라 명상하고 있다(첫번째 사진). 참가자들은 간단한 침대와 탁자만 있는 숙소에서 머물며(두번째 사진), 뒷산에 올라 명상 시간을 갖는다(세번째 사진). 사진 제공 힐리언스 선마을
힐리언스 선마을 참가자들은 운동, 명상 등을 통해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치는 법을 배운다. 점심 식사를 마친 후에 강사의 지도에 따라 명상하고 있다(첫번째 사진). 참가자들은 간단한 침대와 탁자만 있는 숙소에서 머물며(두번째 사진), 뒷산에 올라 명상 시간을 갖는다(세번째 사진). 사진 제공 힐리언스 선마을
자연치유센터 홍천 ‘힐리언스 仙마을’ 가보니

생활습관병은 ‘풍요의 질병’으로 불린다. 넘치는 먹을거리,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편한 생활환경 덕분에 고혈압, 당뇨, 비만, 동맥경화증이 찾아온다.

강원 홍천군 중방대리에 있는 ‘힐리언스 선(仙)마을’은 병이 났을 때 약물로 병을 다스리는 ‘메디컬 케어(Medical Care)’가 아니라 아프지 않을 때 건강을 돌보는 ‘헬스 케어(Health Care)’에 관심을 쏟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평소의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가 설립한 이곳의 생활을 기자가 체험해 봤다.

○ TV도, 인터넷도 없다

“휴대전화가 필요 없잖아….”

대웅제약 생산본부 이진호(56) 전무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며 이렇게 말했다. 선마을에서는 휴대전화가 필요 없다. 전화가 터지지 않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만 안 되는 것이 아니다. TV도 없고 인터넷도 없다. 긴급히 e메일을 확인해야 하거나 통화가 필요한 사람을 위해 작은 비즈니스센터가 있을 뿐이다.

숙소와 식당 간 거리도 멀다. 일반 숙박시설은 식당을 가운데 두고 숙소가 방사형으로 퍼져 있다. 숙소와 식당을 최대한 가까이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선마을의 식당은 숙소동 아래쪽에 있다. 가장 위쪽 숙소에서 식당까지 거리는 250m다. 하루 세 번 오르내리다 보면 1.5km를 움직이게 된다.

선마을 ‘촌장’ 이시형 박사는 “일부러 불편하게 함으로써 사람의 자연치유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싱거운 식사와 낮잠 자기

선마을은 89만2500m²(약 27만 평)에 운동, 명상, 요가, 목욕 시설과 7개 숙소동이 있다. 최대 52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1박 2일(단체만 가능), 2박 3일, 5박 6일 등 세 종류가 있다.

기자가 선마을을 찾았을 때 대웅제약 생산본부 직원 14명이 1박 2일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었다.

이들은 점심 메뉴로 나온 잡곡밥, 두부 샐러드, 김치, 더덕무침, 버섯파프리카볶음, 기름기 없는 닭가슴살을 30분 동안 천천히 씹어 먹었다.

최진우 선마을 프로그램 기획팀장은 “‘30-30-30원칙’(30분간 30가지의 각종 채소, 찬, 샐러드 등을 30초간 씹어 먹는 것)이 건강식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건철(50) 대웅제약 부장은 “평소에 내가 너무 짜게, 빨리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집에 돌아가서 반식(평소 먹는 음식의 반만 먹는 것)을 실천하고 싱겁게 먹는 습관을 들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점심식사를 마친 일행은 몽골 유목민족의 텐트를 본떠 만든 ‘유르트’ 안으로 들어갔다. ‘와식명상’(누워서 하는 명상) 시간이다.

앉아서 목, 어깨, 팔, 다리의 힘을 뺀 후 등을 붙이고 누웠다. 불이 어두워지고 주위가 조용해지자 곧 여기저기서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와식명상은 다름 아닌 낮잠시간이었다.

최 팀장은 “조금만 자고, 일찍 일어나고, 짧게 낮잠 자는 것이 좋은 생활리듬”이라며 “밤 12시 이전에 잠들어 6∼7시간 자고 낮잠을 15∼20분 자면 몸이 한결 개운해진다”고 말했다.

○ 자연에서 잃어버린 감성을 찾는다

낮잠에서 깨어난 후 뒷산으로 산책을 갔다. 등에는 매트리스를 하나씩 둘러멨다. 경치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명상을 했다.

“눈을 감고 나뭇잎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들어보세요. 나뭇잎 냄새도 맡아보시고요.”

진용일 명상지도 강사는 “무뎌진 5감(感)을 깨우는 것이 산책의 목표”라며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한껏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키바(모닥불)’ 주위로 모여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도시에서는 별도 달도 보기 힘들잖아요. 모닥불을 피워 놓고 밤하늘을 보다 보면 그동안 많은 것을 잊고 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요가를 강의하는 공응경 강사는 “한 고교생은 모닥불을 쬐다 말고 눈물을 쏟기도 했다”고 말했다.

“9988234가 뭔지 아세요.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2, 3일 앓고 죽는다(4)는 말입니다.”

오태우(53) 대웅제약 상무는 “그동안 생활습관을 바꾸지 못했다기보다 안 했다는 것이 맞다”면서 “앞으로 입술을 깨물고서라도 좋은 생활습관을 들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천=김현지 기자 nuk@donga.com

仙마을 촌장 이시형 박사는

‘배짱’ 외치던 유명의사에서 ‘느림’의 전도사로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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