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관절 살리는 ‘감압술’ 성공률 높아졌다

  • 입력 2008년 3월 7일 13시 51분


중년남성 대표질환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 자기 관절 이용한 효과적 치료법 도입

골조직과 유사한 금속지지체 삽입하는 신개념 ‘감압술’ 치료 예후 좋아

관절 괴사 심하지 않은 초기 ‘감압술’ 효과적, 조기 검진 중요

중년남성이 걸음을 걸을 때 사타구니가 아프고 때때로 엉덩이와 허벅지, 무릎 부위가 아프다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란 엉덩이 관절에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관절로 들어가는 모세혈관이 막혀 대퇴골두(허벅지뼈의 머리 부분)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뼈가 썩어 들어가는 무서운 질병이다.

최근 한 인기가수가 앓은 질환으로 유명해진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딱딱해야 할 뼈가 괴사로 인해 푸석푸석 해지고 붕괴되기 때문에 약물 치료는 의미가 없고 수술적 치료가 유일한 해결책이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인공관절 치환술 외에는 뚜렷하게 성공적인 치료법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자기 관절을 살리는 치료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다.

- 잦은 음주로 인해 30~50대 남성환자 많아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지나친 음주를 하였거나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혹은 다량으로 복용한 경우 발생하기 쉽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음주 문화와 좌식 생활 등으로 인해 외국과는 달리 고관절의 퇴행성 관절염보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환자가 더 많다. 고관절 퇴행성 관절염이 60대 이후에 흔한데 비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주요 환자층은 30~50대의 건장한 청장년층이며 남성이 여성에 비해 4배 정도 많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관절전문 힘찬병원이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간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진단을 받은 환자의 연령 및 성별을 분석한 결과 남성이 여성에 비해 약 2.3배 많았으며(남성 95명, 여성 42명) 40~50대 중년층이 절반이 넘는 52%를 차지하였다.

남성에게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바로 알코올 때문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남성의 경우 알코올이 체내에서 분해되는 과정 중에 혈관에 지방이 쌓이게 되고 이 지방 덩어리가 엉덩이 관절로 통하는 모세혈관을 막아 괴사가 일어난다.

이에 비해 여성의 경우에는 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 병,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사용되는 스테로이드(호르몬) 약물 복용에 의해 괴사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도 고관절 부위의 외상, 잠함병(잠수병)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발병해도 초기 및 중기에는 자각증상이 거의 없거나 사타구니가 조금 당기는 등의 가벼운 증상만 있어 병을 키우기 쉽다는 점이다. 괴사가 상당히 진행되어 뼈가 주저앉는 말기가 되어서야 극심한 통증이 유발되는 등 자각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 자기 관절 살리는 치료법 우선, 최근 신개념 시술법 도입

전문의들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환자가 대부분 나이가 젊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감압술이나 이식술 등 자신의 관절을 보존하는 치료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중 감압술은 대퇴골두에 구멍을 뚫어 혈관이 새로이 생성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면 생성된 혈관을 따라 괴사부위가 정상적인 뼈로 바뀌는 원리를 이용한 치료법이다.

하지만 기존의 감압술은 의학계 내에서도 치료 효과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새로이 생성된 뼈가 튼튼하지 못해 괴사 부위가 급속도로 주저앉게 되는 부작용 등 성공률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감압술 후 생긴 대퇴골두의 구멍 부위에 사람의 뼈와 비슷한 망상 금속(Trabecular Metal) 이라는 금속 지지체를 넣어주는 새로운 치료 방법이 개발되어 효과가 훨씬 높아졌다. 이 치료법의 핵심은 사람의 뼈 구조와 유사한 금속이 지지대의 역할을 해 좀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뼈와 혈관의 생성을 유도하는데 있다.

- 수술 후 2달이면 괴사 이전 상태로

고관절의 대퇴골두는 스폰지처럼 구멍이 뚫려 있는 망상 구조로 튼튼하게 구성되어 있다. 망상 금속은 사람의 골조직과 유사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뼈처럼 튼튼한 지지체 역할을 감당할 수 있으며, 이 지지체를 중심으로 혈관 및 골조직이 활발히 생성된다. 또한 일반적인 감압술에 비해 조기에 뼈가 자랄 수 있고 튼튼히 유지되어 성공률이 높다.

수술 후 8주 정도면 감압술로 인해 뚫려있던 공간이 대부분 채워져 괴사 이전의 정상 상태로 돌아간다. 튼튼한 금속이 지지를 해주기 때문에 수술 후 걷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도 4~6주에서 2주로 단축되었다.

감압술에 사용되는 망상 금속 지지체는 백금 원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생체친화적이고 부식에 강해 두개골 성형술이나 심장 박동기에도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

< 기존 감압술과 신개념 감압술(금속지지체 삽입술) 비교 >

미국에서는 이미 1998년부터 감압술에 금속지지체를 넣어주는 치료법이 사용되었으며 국내에서는 지난 2004년 처음 시도되어 지금까지 약 50례 이상 시술되었다. 시술 결과 초기 및 중기에서 약 89%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관절전문 힘찬병원에서는 2007년 5월부터 2008년 1월까지 모두 11명에게 감압술을 시술한 결과 91% 이상에서 수술예후에 만족하는 결과를 보였다고 보고했다.

힘찬병원 고관절 클리닉 김상훈 과장은 “무혈성 괴사는 초기에는 X-ray상으로 확인이 안되는 등 조기 발견이 어려운 점이 있다”며 “잦은 음주를 하는 남성의 경우 양반다리를 할 때 통증이 느껴진다면 병원을 찾아 조기에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 관절전문 힘찬병원 고관절 클리닉 김상훈 과장 www.himchanhospit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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