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핫이슈]‘리베이트’ 근절 처방은 없나

  • 입력 2008년 3월 3일 03시 00분


최근 특정 제약업체의 제품을 써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의사 355명이 적발됐다. 의사들은 X선,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때 필요한 조영제를 특정 제약회사의 제품으로 쓰면서 ‘시판 후 조사(PMS)’ 명목으로 28억여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PMS는 제약사가 약을 판매한 후 부작용 여부를 알아보려고 의사에게 점검을 의뢰하는 조사 활동이다. PMS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PMS는 오히려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 신약의 경우는 그렇다. 신약은 임상 3상까지 거쳤더라도 실제 진료에 적용했을 때 일부 환자에게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약사는 PMS를 의뢰하면서 병원 측에 일정 금액을 전달한다. PMS가 문제가 되는 것은 제약사가 PMS 비용을 병원 임상시험센터를 통해 공식 집행하지 않고 담당 의사의 뒷주머니에 찔러주거나, PMS가 필요 없는 약인데도 PMS 명목을 달아 돈을 주는 일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PMS, 세미나 및 학회 지원 등을 빙자한 각종 리베이트는 국내 제약사들의 주된 영업 방식이기도 하다. LG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는 매출 원가의 20∼25%를 영업비용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제약사가 매년 수백억 원의 돈을 리베이트 등에 쓴다는 얘기다.

이번 수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의사-제약사 간의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 뽑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의사-제약사 관계는 ‘갑’과 ‘을’이 명백한 관계다. ‘갑’이 변하지 않는 한 불법 영업 관행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제약업계는 PMS 이외의 다른 영업방식을 찾는 데 골몰하는 분위기다. 의료계도 반성의 기미는 별로 없다.

이번 수사와 관련 있는 의료 분야의 한 학회 차기 회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학회의 자정 노력 의지를 설명하기보다는 “리베이트가 잘못된 관행인 것은 틀림없지만 관행으로 굳어진 부분을 죄악시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의료계의 검은 관행을 근절하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어서 뒷맛이 씁쓸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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