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원의 영재일상 엿보기]영재교육원에서 마음교육을 하는 이유

  • 입력 2008년 2월 17일 18시 04분


서예원의 영재들의 쫀득쫀득한 일상 엿보기

《지능이 상위 3%안에 든다는 영재들이 모여 있는 영재교육원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영재들은 어떤 얘기를 하고, 어떤 책을 읽고, 어떤 놀이를 할까? 영재교육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즈음, 지니움 아이들의 일상을 엿보며 내게 혹은 내 아이에게 숨어있는 영재성을 끄집어 내보자. 》

“선생님, 예섭이네 집하고 우리 집하고 너무 수준차이 나는 거 아니에요?” 선호가 슬쩍 예섭이의 활동지를 보더니 한마디 던진다. 초등학교 6학년인 이들은 지금 긍정적인 자아관을 형성하고 스스로의 장단점을 찾아보도록 하는 자기발견 창의성 활동을 하는 중이다. 자기주도적인 학습태도를 갖추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활동으로 곧 중학생이 되는 아이들에게 적합한 수업이다.

오늘의 주제는 타인이 보는‘나’발견하기이다. 가족이나 친척, 혹은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에게 나를 보면 떠오르는 단어를 비밀리에 적게 한 후 누가 이 단어를 적었는지 생각해보는 게 활동내용이다. 그러다보면 왜 그 사람이 이 단어를 적었을까 따져보게 되고 나의 어떤 행동이 그 단어를 떠올리게 했는지 곰곰이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예섭이의 친인척이 적어준 단어는 주로 “배려”“선행”“독특함”등등인데 선호의 친인척이 적어준 단어는 “고기”“뚱뚱해”“듬직함”등이다. 자기네 집이 너무 형이하학적이라는 게 선호의 불만이다. “내가 고기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나만 좋아하는 게 아니거든요. 우리 아빠도 고기반찬이 있으면 좋아해요”라며 괜한 변명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다. “이건 분명히 동생이 적은 거야. 지는 나보다 더 좋아하면서.”

지능이 뛰어난 아이들이 받는 영재수업이라고 하면 대개 사람들은 수학이나 과학 등 뭔가 어려운 문제를 풀고, 선행학습을 하는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남들보다 좋은 대학, 특목고에 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수업이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나 영재교육원에서는 자기를 발견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 교육에도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한다.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공감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아이들이 만들어 가는 세상이 지금보다는 훨씬 살기 좋고,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라는‘누구나 알고 있는’믿음 때문이다.

“선호 너는 그래도 듬직하다는 말을 듣잖아. 나도 그런 말을 들어봤으면 좋겠다. 지난번에 캠프에서도 아이들이 네 말은 잘 듣더라.”

“그건 내가 덩치가 크니까 무서워서 그런 거지.”얼굴을 붉히며 선호는 씩 웃는다. 친구의 칭찬에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다. 듬직하다는 말도 듣기가 좋다. 앞으로는 듬직한 이미지로 밀고 나가야겠다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려본다.

서예원 지니움 원장 ywlake@donga.com

▼서예원 원장은

어린 시절 집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길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독서가 취미가 되었다. 온갖 종류의 책을 가리지 않고 읽는다. 1989년 영재교육이 낯선 시절에 영재교육에 처음 들어서서 지금까지 꾸준히 영재아를 위한 창의성 프로그램과 지도 방법을 개발했고, 현장에서 영재아들을 직접 가르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 아이의 숨어있는 영재성을 찾아라>(동아일보사, 2007)를 출간했다. 현재 동아사이언스 영재교육원 지니움의 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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