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작심삼일만에 연기처럼?

  • 입력 2008년 1월 1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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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열린 한 금연 모임에서 금연전문교육사인 문경은 강사가 금연을 결심한 수강생들에게 폐 모형을 가지고 담배가 폐에 끼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10일 열린 한 금연 모임에서 금연전문교육사인 문경은 강사가 금연을 결심한 수강생들에게 폐 모형을 가지고 담배가 폐에 끼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 금연 다짐 리모델링은

“당신이 금연해야 하는 이유가 담긴 스티커를 수첩이나 지갑에 꼭 붙이고 다니세요.”

10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로동 하이엔드타워 14층.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금연전문교육사로 활동 중인 문경은 강사가 8명의 회사원에게 금연 요령에 대해 열심히 강의하고 있었다. 강사의 설명이 끝난 후 금연 체험기를 얘기하는 시간이 이어지자 수강생들이 너도나도 손을 들었다.

회사원 고범용(40·인천 부평구 부평동) 씨는 “새해 첫날 금연을 결심했지만 며칠 후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됐다”면서 “금연은 그냥 결심만으로는 힘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금연을 결심하며 새해를 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지금쯤 금연 결심이 흐지부지되며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되는 시점이다. 금연에 실패하는 사람들은 “왜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되는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 기상 후―식후 5분이 최대 위기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자영업자 백성작(62) 씨는 하루에 담배를 2갑 정도 피우는 골초다. 담배를 피운 지는 40년이 됐다. 지난해 말 가래가 심하고 기관지 통증이 심해지자 올해 초 금연을 선언했지만 열흘도 안 돼 다시 담배에 손을 댔다. 백 씨는 “아침부터 담배에서 느끼는 쓴맛이 계속 생각났다”면서 “양치질한 뒤에도 담배 맛을 느낄 정도여서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회사원 이문수(37·서울 강동구 천호동) 씨는 최근 초등학생 아들의 충고로 금연을 결심했지만 역시 일주일 만에 다시 흡연을 시작했다. 이 씨는 “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한데 마땅히 풀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됐다”면서 “업무를 마치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기회가 많아서 담배의 유혹이 강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연 결심이 무너졌다고 해서 실패했다고 죄책감을 느끼거나 자신의 의지 부족을 탓하며 의기소침해지지 말라”고 충고한다. 황명희 금연전문교육사는 “담배를 끊었다가 다시 피우는 것을 ‘실패’가 아닌 ‘실수’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누구든 실수는 할 수 있는 것이니까 다시 금연 계획을 세우면 된다”고 말했다.

○‘나 자신을 위한’ 확실한 동기 다시 찾아야

금연을 실패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금연 동기가 약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아이들 건강을 위해서’ ‘아내 잔소리 때문에’ 같은 이유를 대며 금연에 돌입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을 먼저 생각할 경우 금연 결심이 흐트러지기 쉽다”고 지적한다. ‘내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확고한 마음가짐이 있어야 금연 결심은 오래갈 수 있다.

문경은 강사는 “가족보다 내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흡연을 촉발하는 원인이 따로 있다면 이 원인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박사는 “술자리에서 담배를 잘 피우는 사람이라면 금연 결심 뒤 한 달 동안은 술을 멀리하라”고 충고했다. 또 스트레스를 받으면 담배에 손이 자주 가는 타입이라면 스트레스가 몰려올 때 운동이나 명상을 하는 시간을 가지며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한다.

담배를 다시 피우는 사람의 공통된 습관은 바로 눈뜨자마자 담배를 찾는 것과 ‘식후’ 담배 맛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인데 기상 후와 식후 5분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중요하다.

아침에 일어난 후 먼저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 뒤 간단한 체조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식후에는 산책이나 녹차 한 잔, 혹은 껌 사탕 등으로 흡연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 좋다. 서홍관 박사는 “흡연 욕구는 5분만 참으면 뚝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혼자 어려우면 금연 돕는 기관 찾는 것도

대다수 사람은 혼자 금연을 결심하고 혼자 포기한다. 그러나 금연 결심은 주변에 많이 알릴수록 부담감이 커지면서 포기하기가 어려워진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www.kash.or.kr)에서 금연에 성공한 사람, 금연 목표를 진행 중인 사람의 글을 읽어보고 자신의 경험도 나눌 수 있다.

금연길라잡이(www.nosmokeguide.or.kr)는 금연시계 코너가 있어 자신의 정확한 금연 일수를 계산할 수 있다. 또 금연 관련 게임을 통해 흡연 욕구를 떨쳐버릴 수 있다.

술 때문에 다시 담배를 피우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면 국제절제협회(www.ita.or.kr) 사이트가 도움이 된다. 금주와 금연을 묶어서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소개한다.

보건소도 금연 결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요즘 보건소는 금연에 대한 일대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필요에 따라 금연보조제도 무료로 나눠 준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안 하기’보다 ‘하자’로 목표 정하자▼

■ 신년 다짐 리모델링은

새해가 되면 서로 덕담을 나누고, 또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한다는 기분에 여러 가지 결심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결심은 금주 금연, 다이어트 등 뭔가를 끊거나 하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는 것이 대부분. 이러다 보니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지현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새해에 비현실적으로 너무 높은 목표를 세웠거나, 남들도 하니까 나도 해야지 하는 식으로 가슴에 와 닿는 절박한 목적의식이 없기 때문에 실패한다”고 진단했다.

즉, 무엇보다 쓴 약이 몸에 좋다고 하지만 먹기 싫은 쓴 약을 매일 먹어야 하는 것은 괴롭고 지키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지키기 힘든 일이나 그리 즐겁지 않은 약속을 지켜야 하는 심리적으로 불편한 목적을 세웠다는 것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

그렇다면 새해 재다짐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 체중 조절이나 금연, 금주와 같이 하기 싫었던 일을 하는 것이라면 혼자서 지키기 어렵다. 이런 경우에는 직장 동료나 친구에게 알려 결심이 무뎌지지 않도록 하거나 과감하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실행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한번 시작했다면 중간에 그만두지 말고 적어도 3개월은 할 각오를 해야 한다. 대개 3개월은 지나야 새로운 일에 적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일잔치를 하는 것도, 취임 후 백일이 되면 평가를 하는 이유도 모두 석 달 정도는 지나야 새로운 일에 적응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지금까지는 무엇을 ‘안 하기’로 목표를 정했다면 이제는 무엇을 ‘하자’로 목표를 정해 보는 것이 좋다. 평소 해 보고 싶었던 일이나 기분 좋은 소망이 있다면 그걸 한번 시도하거나 이루는 것을 목표를 삼는 즐거운 상상을 하면 실천하기 쉬워진다.

하 교수는 “회사의 비전 선포식처럼 어떤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1년 동안 내 삶의 방향을 가지고 지켜 나갈 화두를 만들어 보면 좋다”면서 “매번 선택의 기로가 있을 때 내 삶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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