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 이틀 만에 수술… ‘통합 진료’ 바람

  • 입력 2008년 1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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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문을 연 삼성암센터 의료진이 첨단 의료기기에 해당되는 의료용 로봇을 활용해 수술하고 있다. 의료용 로봇을 이용하면 사람의 손이 닿기 힘든 부위에 수술을 할 수 있다. 사진 제공 삼성암센터
새로 문을 연 삼성암센터 의료진이 첨단 의료기기에 해당되는 의료용 로봇을 활용해 수술하고 있다. 의료용 로봇을 이용하면 사람의 손이 닿기 힘든 부위에 수술을 할 수 있다. 사진 제공 삼성암센터
■ 한 해 환자 12만명… 대형병원 ‘암센터’ 경쟁

국내 암 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대형 대학병원들이 최첨단 시설을 갖춘 암센터를 경쟁적으로 개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주목된다.

삼성서울병원이 9일 암센터를 개원한 데 이어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고려대병원 등 다른 대학병원도 암센터를 설립 중에 있거나 설립할 계획이다.

의료계는 고령화 진행 속도가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고 암 환자가 급속하게 증가함에 따라 대형 대학병원들의 암센터 ‘다걸기(올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첨단 암센터 경쟁=2일부터 암센터 진료에 들어간 삼성서울병원은 건물 공사비로만 무려 1800억 원을 투자했다. 최첨단 의료기기도 수십 대 도입했다고 암센터 측은 밝혔다.

이에 질세라 서울아산병원은 내년 2월까지 대형 암센터를 짓는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현재 공사 중인 신관이 5월 완공되면 진료과들을 이곳으로 옮긴 뒤 기존 건물을 증축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대병원은 이달 중 지상 4층, 지하 6층짜리 암센터 건물을 현재의 주차장 위치에 착공하고 외래 진료 위주로 암을 치료하는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세브란스병원은 3월 중 300병상 규모의 암센터를 착공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도 내년 5월 완공 예정인 신축 병원건물 안에 암센터를 둘 계획이다. 고려대 의료원은 내년에 현재의 의대 건물을 암센터로 증축하는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선진국형 진료 시스템 도입=지금까지 암 환자들은 자신이 직접 여러 진료 과를 돌아다니며 의사를 만나야 했다. 그러나 새로 선보이는 암센터들은 진단과 수술을 한번에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환자는 그대로 있고 의사들이 움직이는 방식이다. 의사 여러 명이 환자 한 명을 진료하는 미국 등 의료 선진국의 수술실 풍경이 국내에서도 현실이 되는 셈이다. 병원은 이를 ‘통합진료’라 부른다.

가령 폐암 환자 김모(64·충북 제천시) 씨 사례를 보면 달라진 암센터의 모습을 알 수 있다.

김 씨는 폐암이 의심돼 대학병원 암센터에 진료 예약을 했다. 이 병원의 호흡기내과 의사는 김 씨의 진료기록을 보고 폐암이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30분 후 호흡기내과뿐 아니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혈액종양내과 의사가 협진 테이블에 둘러앉아 회의를 했다. 그 결과 폐암이 확정됐고 다음 날에는 정밀검사, 그 다음 날에는 수술이 이뤄졌다.

▽우수 의료진 확보 선행돼야=고령화 속도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매년 12만 명 이상의 암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병원은 입원환자의 30∼50%가 암 환자다.

암 치료가 다른 질환 치료에 비해 수입이 좋다는 점도 경쟁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암 치료를 잘하는 병원이 ‘1등 병원’이란 일반적인 인식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과잉 투자 경쟁과 불필요한 진단 및 치료를 남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립암센터 관계자는 “암의 진단과 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수한 의료진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며 “첨단 의료기기 사용이 늘면서 환자의 진료비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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