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소문난 병원<5>알코올중독 치료 전문 다사랑병원

  • 입력 2007년 12월 12일 03시 01분


코멘트
《술독에 빠진 사람들을 보고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고, 다음에는 술이 술을 마시고, 마지막에는 술이 사람을 마신다’라고 표현한다. 술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안 되는 알코올 중독 환자에게 이만큼 적당한 말이 없다. 사람의 뇌에는 ‘보상 시스템’이 있다. 특정 행위를 하거나 특정 물질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도파민이 나오는데 뇌는 이 과정을 기억하고 있기에 같은 행위나 물질 사용을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먹고, 입고, 자고, 사랑하는 일상생활의 행위들을 통해 사람은 평생 보상 시스템의 활성화를 학습하게 된다. 하지만 알코올, 담배, 마약, 도박 등 특정 물질에 의해 인위적으로 보상 시스템이 활성화될 경우 일상의 자연스러운 보상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게 된다. 중독환자들이 먹거나 자지 않고 도박이나 인터넷만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연말은 사회적으로 술에 대해 관대해지는 시기다. 이럴 때 한창 바빠지는 곳이 바로 광주 서구 변진동과 경기 의왕시 오전동에 있는 다사랑병원(www.dsrh.co.kr)이다. 이곳은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알코올질환 전문 병원이다.》

○ 양·한방 협진 시스템

다사랑병원은 2001년 광주에 195병상 규모로 문을 연 뒤 2004년 경기 의왕에 270병상 규모의 병원을 추가로 열었다. 광주에 먼저 문을 열었지만 주력은 의왕. 총 10명의 신경정신과 의사 중 7명이 의왕에 상주한다. 내과의사가 1명씩 배치돼 있으며 의왕에는 한방 의사 2명이 상주하며 동서양 의학의 접목 치료를 시도한다.

개원 후 6월까지 다사랑병원 광주를 찾은 환자는 2만9000명, 의왕을 찾은 환자는 1만2000명이나 된다. 매달 의왕은 130명, 광주는 90명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으며 환자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

연세대 의대를 나와 건국대병원 교수를 거친 이종섭(신경정신과 전문의) 원장은 “국내에서 알코올 중독 치료를 하려고 보면 정신병원을 찾아야 해 거부감이 높았다”며 “알코올 중독만 전문으로 다루는 병원에서 양·한방 협진을 통해 집중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문턱을 낮춘 것 같다”고 말했다.

알코올 중독은 진행 정도에 따라 초기 중기 말기로 구분한다. 초기 단계는 2, 3일 술을 마시고 몸이 회복되면 다시 술을 마시는 패턴을 보인다. 간이 손상돼 피로감을 빨리 느끼고 기억력과 집중력도 떨어진 상태다. 상당수가 스스로 알코올 중독이라고 인정하고 이를 고치고 싶어 하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중기는 초기와 반대로 자신의 문제를 부정한다. 술 없이는 견딜 수가 없기에 자신을 방어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거의 매일 혼자서 술을 마시고 이 때문에 가족관계나 직장동료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

말기는 누가 봐도 알코올 중독 환자처럼 보인다. 술 때문에 사고를 저지르고 알코올 유발 정신병 등으로 고통 받는다. 심리적으로는 자포자기에 빠져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다사랑병원은 단계에 따라 통원치료, 입원치료를 구분하고 입원치료도 인식반, 개방반, 재활반 등으로 세분화해 전문화된 치료를 한다. 이 치료에는 한방치료도 한몫한다. 한방원장인 심재종 원장과 함께 이 원장은 ‘단주침’이 술을 마시고 싶은 욕구와 금단현상을 완화한다는 논문을 발표해 2005년 8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타바버라에서 열린 알코올의존증연구협회(RSA)에서 주목을 끌기도 했다.

심 원장은 “알코올은 기질적으로 물이지만 기능적으로는 불”이라며 “술을 적당히 마시면 약 기운을 잘 퍼지게 하고 독한 기운을 없애며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지만 많이 마시면 뇌기능과 성기능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에서는 술로 인해 발생한 습열과 담을 없애고 간, 대장, 비위, 혈맥의 손상을 회복시키기 위해 갈근과 갈화가 주재료인 탕과 단주침을 쓴다. 단주침은 귀와 머리의 혈 자리 등에 침을 놓아 뇌를 맑게 하는 것.

○ 중독 치료에서 취업까지 지원

사실 중독은 스스로의 의지로는 끊기 힘들다. 중독은 단순히 습관을 반복하는 행위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기간 중독에 노출됐을 때 뇌가 쪼그라든다는 게 최근의 뇌 영상 연구로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약물치료, 심리치료와 함께 가족, 상담사, 동료 환자가 지속적으로 알코올을 끊겠다는 의지를 다져 줘야 중독을 완화하는 게 가능하다.

다사랑병원은 광주, 의왕에 모두 30명의 상담사가 있다. 이들의 도움으로 환자들은 술 없이 사는 삶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완화하고 금주 결심을 지속하게 된다.

또 매주 가족 교육을 통해 알코올 중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치료에 적극 참여하게 한다. 어떤 환자는 “저 정도로 술을 원하는데 좀 줘라”라거나 “마누라 잘못 만나 애가 변했다”는 어머니나 형의 간섭으로 중독치료가 어려워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알코올 중독은 유전적 요인, 뇌기능 이상, 심리적 요인, 행동 및 학습 요인 때문에 생긴다”며 “약물치료 뿐 아니라 단주모임, 가족치료 등을 병행해 중독을 치료하게 되면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직업상담, 평가, 업체 연결, 취업의 과정까지 지원한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