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사회생활학과 이종원 교수팀은 ‘맞은편’이라는 공간과 이를 설명하는 표현 간의 관계를 연구했다. 같은 공간을 가리키는 표현을 사람마다 어떻게 다르게 쓰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연구다.
이 교수팀은 대학생 300명에게 네거리 한쪽 코너에 건물이 있다고 가정하고 ‘이 건물 맞은편은 어디인가’를 물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기준이 되는 건물의 길 건너를 맞은편이라고 답했다. 대각선 방향에 있는 건물을 맞은편이라고 답한 사람은 그 절반에도 못 미쳤다.
문제는 코너 건물의 경우 맞은편은 2개여서, 어느 쪽을 정확히 ‘맞은편’이라고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 연구팀은 이런 경우 사람들이 건물의 모양으로 맞은편을 판단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실험 참가자들은 위에서 본 건물 모양이 직사각형일 때 긴 쪽에서 본 길 건너를 맞은편이라고 생각하는 성향이 높았다.
그렇다면 ‘건너편’이나 ‘반대편’은 언제 쓰일까. ‘건너편’은 주로 마주 대하는 저편으로, ‘반대편’은 방향이 정반대이거나 의견에 반대하는 무리를 표현하는 단어로 쓰인다. 도로나 강을 사이에 두고 그 건너에 있는 쪽은 반대편이 아닌 ‘건너편’으로, 정치적 정적(政敵)은 ‘반대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알맞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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