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맞은편에서 만나자는데 어디야?

  • 입력 2007년 12월 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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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길 바로 건너편을 맞은편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그렇다’를 3이라고 하고 직사각형 건물에서 보면 긴 쪽에서 마주보이는 쪽을 맞은편이라고 생각하는 성향(2.71)이 강하다. 반면 대각선 방향을 맞은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0.87로 가장 낮았다. 자료: 대한지리학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길 바로 건너편을 맞은편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그렇다’를 3이라고 하고 직사각형 건물에서 보면 긴 쪽에서 마주보이는 쪽을 맞은편이라고 생각하는 성향(2.71)이 강하다. 반면 대각선 방향을 맞은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0.87로 가장 낮았다. 자료: 대한지리학회
살다 보면 별 구분 없이 무심코 쓰는 말이 있다. ‘맞은편’ ‘건너편’ ‘반대편’이 한 예다. 길 건너에 있는 건물은 맞은편 건물일까, 건너편 건물일까.

이화여대 사회생활학과 이종원 교수팀은 ‘맞은편’이라는 공간과 이를 설명하는 표현 간의 관계를 연구했다. 같은 공간을 가리키는 표현을 사람마다 어떻게 다르게 쓰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연구다.

이 교수팀은 대학생 300명에게 네거리 한쪽 코너에 건물이 있다고 가정하고 ‘이 건물 맞은편은 어디인가’를 물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기준이 되는 건물의 길 건너를 맞은편이라고 답했다. 대각선 방향에 있는 건물을 맞은편이라고 답한 사람은 그 절반에도 못 미쳤다.

문제는 코너 건물의 경우 맞은편은 2개여서, 어느 쪽을 정확히 ‘맞은편’이라고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 연구팀은 이런 경우 사람들이 건물의 모양으로 맞은편을 판단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실험 참가자들은 위에서 본 건물 모양이 직사각형일 때 긴 쪽에서 본 길 건너를 맞은편이라고 생각하는 성향이 높았다.

그렇다면 ‘건너편’이나 ‘반대편’은 언제 쓰일까. ‘건너편’은 주로 마주 대하는 저편으로, ‘반대편’은 방향이 정반대이거나 의견에 반대하는 무리를 표현하는 단어로 쓰인다. 도로나 강을 사이에 두고 그 건너에 있는 쪽은 반대편이 아닌 ‘건너편’으로, 정치적 정적(政敵)은 ‘반대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알맞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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