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열 선관위 상임위원 “온라인 비방글 하루 300건씩 삭제”

  • 입력 2007년 11월 2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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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28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 청사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과천=안철민 기자
김호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28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 청사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과천=안철민 기자
■ 김호열 선관위 상임위원 인터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호열 상임위원은 28일 “선거일까지 남은 기간에 인터넷에서의 비방·흑색선전을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은 이날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 청사에서 이뤄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일(12월 19일)을 쉬는 날이라고 생각하거나 연고에 치우친 투표를 한다면 정치권을 탓할 자격이 없게 된다. 이번 선거의 의미를 깊이 새겨 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밥에 독 조금 있어도 전체가 위험… 과잉단속 아니다

한방의 유혹에 빠져 서로 비방… 즉흥 공약도 많아

‘노사모’ 같은 죽기살기 선거운동 없어 그나마 다행

○ 그냥 뒀으면 인터넷 온통 ‘도배’

―올해 대선에서 네거티브 공세가 극심하다는 지적이 많다.

“네거티브가 득표에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나. 돈이나 시간, 노력이 드는 것도 아니고 ‘한 방’이면 선거 판도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 매달리는 것 같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최강국 아닌가. 인터넷으로 ‘퍼 나르기’를 할 것 같으면 공간 제약 없이 무차별적으로 퍼뜨릴 수 있으니 ‘영양가’ 있는 네거티브 하나를 요리하면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매달리는 것 같다.”

―남은 기간 중점적으로 관리할 사항은….

“인터넷을 통한 비방·흑색선전에 비상이 걸려 있다. 사이버단속반 1000여 명을 투입해 선거운동 개시일인 27일 전까지 하루 평균 300여 건의 게시물을 삭제했다. 가만히 뒀더라면 인터넷이 온통 ‘도배’됐을 것이다.”

―일부 후보가 불법 집회에서 연설한 혐의로 사상 처음 선관위의 경고 조치를 받았는데….

“국법 질서의 총책임자가 돼야 할 사람들이 탄생 과정에서 법을 위반한다면 법치주의를 어디서 찾을 수 있겠나. 헌법기관이 내린 조치의 무게를 그분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인터넷 게시물을 너무 엄격히 단속한다는 비판도 있다.

“몇몇 국회의원이 찾아와 항의하기도 했다(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은 선관위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탈세에 대한 조사를 청원하는 누리꾼들의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한 데 대해 20일 선관위를 항의 방문했다). 사실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전체 글 중에서 일부 문장만 비방·흑색선전에 해당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가 그렇다. 그러나 밥 한 그릇에 독이 조금 들어 있다면 그 밥 전체가 ‘독밥’인 것이다.”

○ 젊은 누리꾼들 정책에 관심 가져야

―누리꾼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후보 발언의 말꼬리를 잡는 것보다 정책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젊은 학생들이라면 ‘일자리를 만들 방법이 뭐가 있느냐’고 따지고 물어야 한다. 후보자들은 표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국민이 정책에 관심을 가지면 후보들도 관심을 갖게 된다.”

―2002년 대선과 비교할 때 관리의 어려운 점은….

“솔직히 그때와 비교하면 관리가 어렵지 않은 편이다. 어느 진영에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처럼 죽기 살기로 선거운동에 나서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이제 선거 끝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 투표율이 떨어질까 봐 걱정이다.”

―정책선거가 안 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정당이 정책을 갖고 국민에게 호소할 수 있는 체제가 돼야 한다. 그런데 정당이 4, 5년 만에 바뀌니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각 당이 100대 정책을 내놓는데 후보자들은 그 정책을 제대로 아는지 모르겠다. 겉표지를 바꾸면 어느 당의 것인지 모를 공약, ‘표가 되겠다’ 싶으면 즉흥적으로 발표하는 정책도 많다. 공당이라면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국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올해 대선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왜 청와대나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냐’는 지적을 들을 때 억울해서 가슴이 아팠다. 이는 선관위에 대한 모독일 뿐 아니라 자칫 선관위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과천=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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