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생물학]당분-기름기-조미료 적당히 섭취하면 약

  • 입력 2007년 10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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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주로 포도당에서 얻는다. 음식을 먹어서 얻은 영양분을 몸속에서는 포도당으로 변환시켜야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포도당은 맛이 달아서 먹기에 좋다. 포도당이 달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생태계에서는 포도당을 달다고 느끼는 생명체만 적자생존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사람처럼 현존하는 생명체가 바로 그 결과물인 것이다.

등심이나 삼겹살 사이사이에 껴있는 기름기(지방)도 향내를 풍기며 입맛을 자극해 먹고 싶게 만든다. 기름기는 같은 부피의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보다 칼로리가 두 배 이상 높기 때문에 에너지를 비축하는 식량으로서 단연 최고다. 물론 가장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확보하는 방법도 기름기를 먹는 것이다. 기름기 역시 포도당처럼 맛있는 음식이다.

식당에서 고기 100g을 먹으면 그중 5g 정도는 조미료일 것이다. 조미료는 글루타민산이다. 글루타민산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20가지 아미노산 중 하나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총사령관에 해당한다. 아미노산을 만들 때 필요한 질소 성분을 글루타민산이 공급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람 몸무게의 1kg 정도는 글루타민산으로 이뤄져 있다. 조미료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중요 성분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우리 입에는 아미노산 가운데서도 글루타민산이 가장 구수하고 맛있다.

조미료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몸에 해로운 물질이 아니며, 화학제품은 더욱 아니다. 조미료는 김치를 담그는 방법과 같은 미생물 발효 과정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요즘은 단것이나 기름기, 조미료가 모두 몸에 안 좋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특히 최근에는 조미료를 ‘MSG(Monosodium glutamate)’라는 영문 약자로 부르면서 더욱 잘못된 혐오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MSG란 그저 글루타민산에 소금이 한 개 붙어 있다는 뜻이다.

백설탕은 나쁘고 흑설탕은 몸에 좋다는 것도 오해다. 설탕은 사탕수수를 갈아 물에 녹인 다음 물을 증발시켜 남은 혼합물에서 설탕 결정을 분리해 얻는다. 이 과정을 한 번 거치면 흑설탕, 두세 번 거치면 백설탕이 된다. 수수껍질 같은 부산물이 섞여 있는 흑설탕보다 백설탕이 더 순수한 것이다. 흑설탕 한 숟갈에 들어 있는 당 성분의 양은 백설탕에 크게 못 미친다. 단지 순도가 다른 설탕인데도 흑설탕이 마치 건강식품인 것처럼 알려져 있다.

달거나 구수한 음식에는 모두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들이 들어 있다. 다만 너무 많이 섭취한다면 비만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을 뿐이다. 제대로 알고 먹으면 된다. 500g의 식사에 단 0.05g의 조미료가 들어가 맛을 좋게 한다고 해서 어찌 해가 된단 말인가.

유욱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장

ojyoo@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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